삼성-LG, 첨단인력 스카우트 분쟁

AMOLED 전문가 LG로 이직
삼성 '영업비밀 침해금지' 소송
핵심 인력 스카우트를 둘러싸고 삼성과 LG그룹 계열사 간 법적 분쟁이 또 발생했다.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공정 책임자로 일하다가 지난 3월 퇴직한 김모씨 등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금지 및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김씨는 현재 LG디스플레이의 파주 OLED기술센터에서 상무로 일하고 있다. 삼성 측은 "많은 비용을 들여 개발한 독점적 AMOLED 기술이 경쟁사에 흘러 들어가면 막대한 손해가 예상돼 이를 급히 금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씨는 퇴사 후 2년 이내에 다른 경쟁업체에 취직하지 않을 의무가 있지만 이를 어겼다"며 "김씨가 가처분 결정이 난 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하루에 1000만원씩의 이행강제금을 부여해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 주장에 대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본인이 자발적으로 퇴직한 뒤 직장선택의 자유에 따라 입사했을 뿐"이라며 김씨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김씨는 1989년 삼성에 입사해 2005년부터 AMOLED 디스플레이의 핵심 공정을 총괄하는 업무를 했다. 삼성 내부에서도 A급 인재로 분류되던 그는 올초 고향에 내려가 사업을 한다며 돌연 퇴직했다. 하지만 김씨는 사업을 하지 않고 경쟁사의 간부로 자리를 옮겨 일하고 있었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되는 AMOLED 디스플레이는 LCD보다 뛰어난 화질과 빠른 응답속도 등을 갖고 있어 삼성,노키아,모토로라,팬택,HTC 등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다. 삼성은 AMOLED 세계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으며 수요 증가로 인해 최근에는 공급 부족 사태까지 겪고 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AMOLED 디스플레이의 제조 공정은 수율(재료에서 완제품이 생산되는 비율)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며 삼성조차도 이를 확보하는 데 애를 먹어 작년에서야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일본 업체들은 까다로운 공정 때문에 아예 생산을 포기한 곳도 있으며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이 기술이 미흡하기 때문에 연구를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과 LG의 인력 스카우트 갈등은 올 들어 계속 불거졌다. 범LG계열 물류회사인 범한판토스와 삼성SDS도 인력 스카우트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지난 5월 LG전자의 미국 내 물류 관련 업무 담당 직원 A씨가 삼성SDS로 옮기려 하자 "A씨는 삼성SDS 북미 · 유럽 지역의 물류 관련 업무를 맡아서는 안 된다"며 전업금지 및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3월에는 바이오산업 진출을 준비 중인 삼성전자와 LG생명과학이 인력 유출 문제로 부딪쳤다.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B상무는 전 직장인 LG생명과학이 낸 가처분 신청 때문에 사표를 내기도 했다. 서울남부지법은 LG생명과학이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퇴직 후 1년간 동종 또는 경쟁 업체 취업을 금지한 임원 약정을 어긴 사실이 인정된다"며 LG의 손을 들어줬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