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M&A로 단숨에 亞 유화업계 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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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지아, '타이탄' 인수'몸집 불리기'의 끝은 어디일까.
롯데는 요즘 재계의 최대 이슈 메이커 가운데 하나다.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부지런하게 영토를 확장하고 있어서다. 인수 · 합병(M&A)은 이런 롯데가 몸집을 불리는 '핵심 기술'이다. 풍부한 자금력과 축적된 M&A 노하우를 앞세워 한번 마음먹은 '먹잇감'을 웬만해선 놓치지 않는다. 초콜릿 과자 소주에서부터 할인점 편의점 석유화학에 이르기까지 업종도 가리지 않고,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인수 대상 기업의 국적도 따지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2002년 이후에만 8조원 넘게 들여 24개 업체를 인수했다. ◆석유화학 분야 강화
석유화학 분야는 롯데에서 새롭게 핵심으로 떠오르는 사업군이다. 롯데는 지난해 10조원 안팎이었던 유화 · 제조 부문 매출을 2018년까지 45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내용의 청사진을 마련했다.
롯데가 이번에 호남석유화학을 통해 말레이시아의 타이탄을 인수한 것도 적극적인 M&A를 앞세워 석유화학 분야를 유통에 이은 롯데그룹의 차세대 주력 사업군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수로 인해 호남석유의 폴리에틸렌 및 폴리프로필렌 생산량은 아시아 5위권 수준에서 각각 1위와 2위로 올라서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부회장이 1990년대 초 한국 롯데로 들어올 때 첫 직책이 호남석유 이사였다"며 "지금은 그룹 전체를 살피는 자리에 있지만 여전히 석유화학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호남석유 관계자는 "동남아를 비롯해 중국 및 중동지역에 제품을 공급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는 중동 북아프리카 등 원료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지역에 추가로 생산기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초콜릿에서 대형마트까지
롯데가 본격적인 M&A에 나선 시점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정책본부를 신설하면서 그동안 개별기업 차원에서 진행하던 M&A를 그룹 전체적인 시각에서 관장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금도 롯데가 벌이는 모든 M&A는 신 부회장이 이끄는 정책본부 국제실에서 주관한다. 신 부회장이 관심을 갖는 업종은 크게 유통 금융 식품 석유화학 분야.이 중 가장 많은 M&A를 성사시킨 분야는 롯데의 '얼굴'격인 유통분야다. 2006년 롯데쇼핑을 한국과 런던 증시에 동시 상장하면서 마련한 3조5000억원에 달하는 '종잣돈'을 앞세워 그동안 △우리홈쇼핑 △중국 할인점 '마크로' 8개점 △인도네시아 마크로 19개점 △중국 할인점 '타임스' 등을 차례로 손에 넣었다. 올 들어서도 1조3000억원을 투입해 GS리테일의 백화점 · 마트 부문과 AK면세점,편의점 바이더웨이도 인수했다.
식품 부문도 신 부회장이 공을 들인 분야다. 2008년 벨기에의 유명 초콜릿 회사인 길리안을 1700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소주 '처음처럼'을 거느린 두산주류BG와 '쌀로별'로 유명한 기린을 손에 넣었다. 금융 부문에선 각각 2002년과 2007년에 동양카드와 대한화재를 인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의 다음 타깃은현재 롯데그룹이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은 20여개 안팎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분야별로 △유통 · 금융 △유화 · 에너지 · 제조 △식품 △건설 · 관광 △지원사업(상사 · 정보통신) 등 5대 사업군에 두루 걸쳐 있다. 유통 분야에서는 '브릭스'(VRICs · 베트남 러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지역의 대형마트들이, 식품 분야에서는 오비맥주와 일부 해외 제과업체들이 우선적으로 꼽힌다.
금융 분야에서는 증권사가 1순위다. 롯데는 금융 분야를 차세대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갖고 있는 카드 및 손해보험회사 만으로는 '금융의 강자'가 되기 힘들다. 증권은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데다 방대한 롯데 계열사를 한꺼번에 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
롯데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일본 노무라증권 출신이어서 그런지 금융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오상헌/조재희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