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산업지도 바뀐다] 송기진 광주은행장 "전남지역 영업에 총력…올해 당기순이익 2000억원 달성"

행원 시절 '영업의 신화'로 불렸던 송기진 광주은행장(사진)이 창조경영의 새로운 신화를 쓰고 있다. 광주은행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750억원.이 추세라면 연말 어닝 서프라이즈(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 확실시된다. '투자은행보다는 상업은행으로서 본업에 충실해야 한다'며 내실을 강조하면서 거둔 실적이다. 더구나 건설업 비중이 유난히 큰 광주지역에서 작년 말과 올 상반기 동안 남양건설,새한철강,금광기업 등 중견 건설업체들이 잇달아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난국 속에서 건진 성과여서 그야말로 '깜짝 놀랄 만한 수준'이다.

새해 벽두에 그가 이 같은 실적을 장담했을 때만 해도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그는 보란듯이 해냈다. 그래서인지 올해 말 '당기순이익 2000억원 달성'이라는 목표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송 행장은 최근 세계 100대 은행 진입을 선언하고 나섰다. 경제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광주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은행이어서 다소 파격적으로까지 들린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가 그에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 그동안 취임 2년여 동안 몸으로 뛰면서 보여온 성과들이 말과 한치도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영 목표는 언제나 성장과 수익,재무건전성 등 세 마리 토끼를 잡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자면 목표 달성의 추동력은 자연 떨어질 텐데.

"올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목표로 한다고 해서 총자산이나 여수신을 급격히 팽창시킬 계획은 없다. 정부의 출구 전략이 임박하고,예대율 규제 등으로 지역 건설업체들이 도미노 위기를 겪고 있는 이때 무리한 외형 확장은 자칫 자산 건전성과 수익성을 해칠 우려가 높다. 2009년 말 기준으로 광주은행의 총자산은 17조3000억원(수신 11조7000억원,여신 10조7000억원) 규모다. 올 연말까지 수신은 최대 1조5000억,여신은 1조3000억원 정도만 늘릴 계획이다. 자산을 1조1000억원 정도만 늘려도 올해 계획하고 있는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인 2000억원대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

▼취임 후 2년간 숨가쁘게 뛰어와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취임하기가 무섭게 전대미문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와 지난 2년간은 사실 상당히 힘들었다. 하지만 임직원 모두가 하나가 돼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사업부제 조직 개편에서 출발해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약,지역산단 금융 지원,중소기업 육성 지원,관수시장 공략과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 정책들이 이제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생각이다. 취임 2년이 되는 지금이 바로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 접어든 것이다. 그동안 체질 개선을 통해 더욱 탄탄하게 성장해온 광주은행이 이제 열매를 맺고 백년 은행나무로 뿌리를 내리게 될 것이다. "

▼광주은행의 영업 방향은.

"광주 · 전남 · 서울 지역으로 크게 나눠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구축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작정이다. 특히 전남지역 영업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그동안 광주지역 마켓셰어에만 너무 치중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전남지역에 대해서는 소홀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전남의 시 · 군 단위 점포에 영업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지점장을 우선적으로 배치해 22개 전남 시 · 군의 공공금고를 비롯한 관수시장과 대학교,대형 병원 등 공공시장을 대상으로 영업 역량을 최대한 강화해 나가고 있다. "▼유독 전남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전남은 녹색산업이나 관광산업 등 앞으로 미래 성장동력이 풍부한 지역이다. 작년에 우리가 공식 후원은행이 된 여수엑스포 유치는 전라남도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 지역에서 영업망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 나간다면 머지않아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리라 본다. 작년 6월 전남영업부 신설에 이어 조만간 전남 동부지역의 금융 허브 역할을 전담할 전남동부영업부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광주에서의 확고한 영업 기반 구축을 바탕으로 서울 지역 진출도 강화해 19일 서울 디지털산업단지 내에 구로금융센터를 오픈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

▼광주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데 어떤가. "순이자마진이 5월 말 현재 전년 동기 대비 0.37%포인트 상승한 2.72%를 기록하고 있다. 광주은행의 자산구조가 질적으로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다. 이는 그동안 서울지역에서 고금리로 조달하던 기관 예금을 중심으로 한 조달비용이 대폭 감축됐기 때문이다. 또 여신의 경우 신용등급별 금리 차별화를 통해 가격 현실화를 추진한 결과다. 저원가성 예금 유치를 위해 아파트관리비,교육비,지로대금 등의 자동이체 계좌 증대 운동 등 베이스 어카운트(base account)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것도 수익성 개선에 큰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

▼광주은행 민영화에 대한 견해는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언론이나 시중에서 이런저런 소문들이 나돌고는 있지만 아직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 정부에서 확실한 방향이나 로드맵을 발표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정부 방침과 대주주의 결정을 존중하고 따르며 오로지 광주은행의 기업 가치 향상 및 브랜드 파워 제고에 주력할 예정이다. 광주은행이 광주 · 전남 지역 발전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나 책무의 중대성을 잘 인식하고 있다. 지역민들,지역기업들을 뒷바라지하는 데 가일층 노력하겠다. "

▼직원 재교육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직원을 재교육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다. MBA와 최고경영자 과정,여신 · 외환 · 고객상담 전문인력 연수,우리은행 PB사관학교 입교뿐만 아니라 해외 은행 연수까지 실시하고 있다. 당장 업무 공백을 생각하면 성과에 치중하고 싶은 충동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조금 발전이 더디더라도 자체 인력을 양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인적자원이 축적됐을 때 세계1위 은행 도약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그런 날을 대비해 금융역사박물관을 만들 작정이다. 여기에 모든 기록을 보존해 과거를 거울 삼아 미래를 향해 주저없이 힘차게 전전하려 한다. "

▼지역 밀착 경영을 위해 하루 400~500㎞ 강행군을 해왔는데 지치지 않는 건강비결은"워낙 바쁘게 생활하다 보니 건강비법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 따로 시간을 내기보다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팔굽혀 펴기를 한다. 틈만 나면 걷는다. 출근 때는 매일 걸어서 16층 은행장실로 올라간다. 공휴일엔 가급적 등산을 간다. 건강관리에는 등산이 최고인 것 같다. 주중에도 직원들과 어울려 야간산행을 종종 한다. "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