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눈덩이 LH 사업 재조정 시급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부실덩어리로 전락,자칫 수습하기 어려운 상태에 빠짐으로써 앞으로 국민부담만 키우게 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택지개발과 공공주택 공급 사업 등을 무차별적으로 확대한 결과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사업 수행에도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LH의 부채증가 속도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지난 6월 말 현재 총부채 규모가 118조원으로 최근 6년 사이 5배 수준으로 부풀어 올랐다. 이 때문에 하루 지불해야 하는 이자만도 100억원에 이르고 있다니 '돈 먹는 하마'에 다름아니다. 이는 참여정부 시절 국토균형발전 등을 명분으로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세종시 혁신도시 등 굵직한 국책사업들이 잇달아 시작된 탓이 크다. LH의 연간 사업규모는 45조원에 이르고 이중 23조원을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이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면서 자금조달은 원활치 못하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말까지 조달한 금액이 7조원에 그쳐 신도시 및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대한 보상이 지연되고, 사업 자체도 큰 애로를 겪고 있다. 게다가 건설업체에 매각키 위해 조성한 택지가 팔리지 않고 중도금 납입을 연체하는 사례도 급격히 늘어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LH의 부채는 결국 국민들이 떠맡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국책사업을 진행해온 이 회사의 부실은 사실상 정부부채나 다를 게 없어 혈세(血稅)를 동원해 메워주지 않으면 안된다. 엄청난 부실이 고스란히 국민들의 부담 증대로 돌아오게 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LH 부실이 더이상 증가하는 것을 막고 사업의 악순환 고리를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를 위해선 지나치게 방대한 사업을 축소하고 보금자리 주택 등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각종 개발사업의 사업성과 사업시기 등에 대한 재검토, 토지보상방식 개선 등의 작업이 대단히 긴요하다는 뜻이다. LH 스스로 인력 비용절감 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기울여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