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대통령이 가나에 가봐야 할 이유

STX그룹은 작년 말 아프리카 가나에서 '100억달러짜리 건설 프로젝트'라는 낭보를 띄웠다. 신흥 자원 부국 가나에 주택 20만가구를 짓는 것으로 가나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국책사업 중 하나다. 한국의 해외 건설 사상 최대 규모인 데다 아프리카 자원 개발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조차 기억이 흐릿해지고 있던 지난 17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가나 의회가 STX의 주택건설 계약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주택건설 계약 부정으로 고발당한 가나 장관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신화통신은 STX와의 계약을 추진한 두 명의 현직 장관이 위법 행위를 저질러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상세히 실었다. STX가 수주한 프로젝트에 부정이 개입했음을 은연중 강조하려는 것으로 비쳐졌다. STX 관계자는 "신화통신의 과장 보도"라고 일축하면서도 중국의 주시는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작년 말 계약한 이후 가나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했고,지난 15일엔 정부가 국회에 처음 상정했다"며 "대형 국책 사업인 만큼 논쟁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STX 가나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중국 건설업체들은 꽤 오래 전부터 이 프로젝트에 눈독을 들였다고 한다. 곽희윤 KOTRA 나이지리아 라고스KBC 센터장은 "원유 생산이 가능해지는 2011년 가나의 경제성장률은 13.4%에 달할 전망"이라며 "가나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가나 외교부와 국방부 건물을 거의 공짜로 지어준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다. 곽 센터장은 "전통적으로 미국,영국과 친밀했던 가나가 각종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를 계기로 중국과 밀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작년 말 기준으로 1068억달러를 아프리카 대륙에 쏟아 부을 정도로 정부 차원에서 '차이나프리카' 건설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비하면 한국 기업들은 늘 외롭고 고단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아프리카 순방을 검토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꼭 가나를 일정에 넣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