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넉달 앞당긴 총선…광산업체가 표심 좌지우지

자원세 완화 길러드 취임 후 노동당 지지율 반등
자유당 "자원세 완전 폐지" 내걸고 업계에 '구애'
호주 연방의회 총선거가 다음 달 21일 실시된다. 이번 총선의 승리는 호주 광산업체들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대 쟁점이 광산업체들에 부과하는 '자원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원세 방침에 따라 정당별 지지율도 왔다갔다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 "집권 노동당과 제1 야당인 자유당 간 자원세 논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 두 달 동안 호주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자원세가 여전히 총선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줄리아 길러드 신임 총리는 지난 2일 광산업체들과 종전의 '자원세'를 대폭 완화한 '광물자원임대세(MRRT)'에 합의했다. 철광석과 석탄 개발로 발생한 이익에 부과하는 세율은 기존 40%에서 30%로 낮아졌고 부과 대상도 대폭 줄었다. 사실상 정부가 광산업체들에 양보한 것이다. 야당은 아예 이 세금을 백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유당의 토니 애벗 대표는 이날 "기존 자원세를 수정한 MRRT 역시 호주의 대표 기업들에는 형벌(punishment)과 다름없다"며 "총리가 되면 MRRT를 폐지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처럼 여야 모두 광산업체를 의식하는 이유는 이들이 총리까지 낙마시키고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지의 브리즈번타임스는 전했다. 게다가 광산업은 호주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대표적인 산업이다. 케빈 러드 전 총리는 지난 5월 6% 이상 순익을 올리는 호주의 모든 광산업체들에 40%의 세금을 물리는 자원세를 무리하게 추진하다 업계를 비롯한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반면 30%대에 머물던 자유당 지지율은 지난달 말 40%를 넘어서며 노동당을 추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길러드 총리가 취임하자 상황은 재역전됐다.

여론조사 결과 30%대까지 하락했던 노동당 지지율은 다시 50%대를 넘어서면서 급반등세를 보였다. 길러드 총리가 광산업체들에 한발 물러서면서 화해한 뒤 여론이 신임 총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올해 말 실시될 예정이던 총선을 길러드 총리가 앞당긴 이유도 자원세 문제와 관련해 지지율을 회복한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한 노동당 정부의 전략이라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이에 맞서 자유당은 관련 세금 완전 철폐 카드로 지지율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BHP빌리턴 리오틴토 등 호주의 대형 광산업체들은 "수정안에 반영된 세율 역시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라며 여전히 불만을 갖고 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