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생명줄'인 사람들의 애달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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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씨 장편소설 '기타여 네가 말해주오' 출간작가 조용호씨(49)의 첫 장편소설 《기타여 네가 말해주오》(문이당)는 노래를 부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노래가 생명줄이었던 사람들의 사랑 얘기다. 목을 틔우며 뽑아내는 노래 한 곡조로 '젊은 분노'와 답답함을 토로하던 1980년대 학번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소설 제목은 잉카제국의 마지막 황제 이름을 예명으로 삼은 아르헨티나 가수 '아타우알파 유팡키'(1908~1992년)의 노래 제목에서 가져왔다. 이 유랑가수는 기타 선율에 의지해 절망과 쓸쓸함,기다림을 노래했다. '난 긴 밤을 지새며 새벽의 여명을 기다리네/ 이 밤은 왜 이다지도 긴 지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소설은 노래꾼인 연우가 어느 날 비망록을 남긴 채 사라지면서 시작된다. 남편이 자살했을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에 사로잡인 승미와 선배인 '나'는 연우의 흔적을 따라가고,해금을 연주하던 선화라는 여인의 존재를 알게 된다. 연우와 승미,대학시절 그녀를 사랑했던 나까지 모두 대학의 노래패 동아리 출신이다. 연우를 놓지 못하는 승미와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여정은 결국 연우를 따라 칠레 산티아고까지 이어진다. 소설은 단순한 중년의 불륜에서 벗어나 노래를 부르며 방황하는 가객(歌客)의 숙명과 예술혼,세월과 함께 흘러온 중년의 외로움과 뒤섞인다.
신과 인간 사이에서 광대 노릇을 하며 환상과 일상의 경계에서 살아가는 노래꾼이 그 경계의 삶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때 내리는 선택을 화두로 삼았다. 음악으로 서로와 인연을 맺었고 음악으로 암울한 시대와 사랑을 표현했던 이들의 내면은 '오월의 노래''애수의 소야곡''흥타령''상엿소리'등 17곡의 민요와 판소리,남미 가요의 노랫말로 드러난다.
소설가 한승원씨는 "우리들의 정신을 흐리게 하는 노래가 있는가 하면 삶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깊이있는 노래가 있는데 조용호씨가 소설 전편에 쭉 깔아놓은 노래들은 '깨어 있는 노래들'"이라며 "감수성의 결이 섬세한 작가가 만들어낸 서사 구조는 매우 오밀조밀하면서도 긴박감이 있고 감동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인 신경림씨도 "노래의 선율을 몰라도 아름답고 재미있는 수작"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시절 실제로 민요연구회라는 동아리 회원이기도 했던 조씨는 1998년 30대 후반의 나이에 등단해 무영문학상(2006년)을 수상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