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의 저주' 끝…M&A株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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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 인수 호남석유 신고가증시에서 '승자의 저주'가 서서히 풀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승자의 저주'란 인수 · 합병(M&A)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이 자금난에 빠지는 현상을 말한다.
포스코도 濠광산 시너지 기대
롯데그룹 계열인 호남석유화학은 19일 1.55% 오른 16만4000원에 장을 마치며 1년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 16일 말레이시아의 석유화학 기업 타이탄케미컬을 인수한다고 발표한 데 힘입어 8.75% 급등하는 등 연일 오름세다. 인수 규모가 1조5223억원에 달하는 M&A 발표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이 쏟아진 결과다. 이정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동남아 3위 규모의 유화업체인 타이탄의 주가수익비율(PER)은 8.4배로 비교적 무난한 인수가격이라 중장기 성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호남석유화학의 목표주가를 16만7000원에서 25만원으로 높였다.
백영찬 SK증권 연구원도 "이번 M&A로 생산능력이 아시아 5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고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며 목표주가를 2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같은 날 호주 철광석 광산인 AMCI 지분 49%를 1946억원에 인수한 포스코도 철광석 자급률을 높이는 계기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게임업체 위메이드의 조이맥스 인수에 대해서도 시장은 재무 부담보다 인수 후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그간 대형 M&A가 주가의 발목을 잡던 분위기와 확연하게 달라진 모습이다. 지난해 효성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했다가 주가가 급락하자 계획을 철회했고 연초 동국제강은 대우건설 인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크게 출렁이기도 했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초만 해도 M&A를 시도하는 기업의 주가가 시너지 기대보단 자금난 우려 속에 곤두박질치던 상황과는 달라진 모습"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며 국내산업에서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M&A가 다시 성장을 위한 최선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