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꿀벌 毒으로 탈모도 치료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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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동의보감‥봉독(벌침액)을 함유한 여드름 개선 화장품의 효과를 놓고 같은 정부기관끼리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화장품을 개발한 동성제약과 농업진흥청은 봉독화장품이 여드름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고 주장한다. 반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봉독 조성물이 여드름 치료효과를 낸다는 특허만으로 치료제인 것처럼 과장홍보하면 안된다며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두피 혈액순환 원활하게…
"머리숱 늘고 모발 굵어지는 효과"
체질 따라 가렵고 몸살 날수도…
봉독만으로 완치는 어려워
봉독을 이용한 치료는 주로 한의사들나 대체의학 전문가들에 의해 시도돼 왔다. 한의사들은 꿀벌의 독을 정제해 만든 봉독약침을 관절염과 허리디스크(척추간판탈출증) 등 주로 통증치료에 활용한다. 봉독의 소염 · 진통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벌침에는 멜리틴(스테로이드보다 강한 항염증작용),아돌파린(항염증 진통 진정효과?),아파민(항염증 진정 면역증강효과),포스포리파제 등 40여종의 성분이 들어있어 염증 완화,면역기능 조절,신경장애 개선,혈액순환 개선,뇌하수체 및 부신피질계 자극을 통한 호르몬 분비 촉진 및 통증 억제 등의 효과를 낸다. 장형석 자생한방병원 관절척추센터 원장과 배현수 경희대 한의대교수 · 민병일 경희대 의대 교수로 이뤄진 연구팀은 봉독이 염증유발 관련 유전자의 염증 신호전달 체계를 억제함으로써 항염증 효과를 나타낸다는 메커니즘을 국제학회지에 발표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봉독의 뛰어난 혈액순환 촉진과 면역력 증진 효능을 이용한 탈모증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아직까지 탈모치료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피나스테라이드와 미녹시딜,최후의 보루인 모발 이식을 제외하고는 왕도가 없다는 게 공지의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배원영 머리샘한의원 원장은 봉독요법을 탈모치료에 성공적으로 적용해 주목받고 있다. 배 원장은 "봉독요법은 두피의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피부의 염증을 없애줘 상처를 입은 두피상태를 개선하고 모발을 굵고 윤기 있게 만들어주는 효과를 나타낸다"며 "비록 봉독요법만으로 탈모를 치료하긴 어렵치만 체질별 한약 처방의 효과를 높여주고 치료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봉독은 혈액 순환을 촉진해 환자 스스로 머리가 맑아지고 모발이 굵어지는 것을 체감하게 만든다. 다만 봉독약침은 체질에 따라 가렵고 몸살이 나는 특이반응을 보일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그는 "소양 · 소음 · 태양 · 태음 등 체질에 따라 혈액의 생성능력과 두피로 열이 올라가 탈모를 유발하는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은 한약 복용으로 탈모를 일으키는 원인을 개선할 수 있다"며 "그동안 3000여명에게 한약과 봉독요법을 시행한 결과 대부분 탈모가 멎고 머리숱이 증가하며 모발이 굵어지는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배 원장은 특히 체질한약을 복용하고 한방 외용약을 바른 탈모환자로부터 채취한 소변을 한국과학기술원(KIST)에 의뢰해 검사한 결과 탈모의 주범인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을 입증했다. 체질한약이 탈모 진행에 관여하는 효소인 '5알파 리덕타제'를 억제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DHT로 바뀜으로써 모발의 성장주기가 짧아지고 모낭이 파괴되는 현상을 차단한다는 것.내복약은 보간신(補肝腎)을 바탕으로 사상체질에 따라 가감 처방했다. 외용약은 사물탕에 들어가는 당귀 천궁 백작약 숙지황 등과 발모에 도움을 주는 한련초 측백엽 상심자 등을 주로 썼다.
배 원장은 일상생활에서 '삼행삼금(三行三禁)'만 잘 실천해도 탈모를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행은 취침 전 머리감기,목 · 어깨풀기,물마시기 등을 권하는 것이고 삼금은 무스 · 젤 등 헤어제품,헤어드라이기 사용,과음 및 흡연을 삼가는 것이다. 그는 신체에 수분 함유량이 적으면 혈액 순환이 떨어지고 두피가 얇아져 탈모가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하루에 1.8ℓ의 물을 나눠 마시라고 권장했다. 헤어드라이기는 속에 쌓인 미세먼지가 불결한데다 두피의 모공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나친 음주는 두피에 염증을 일으키고 피지분비를 촉진하고 내장비만을 유발해서 탈모에 악영향을 준다. 아울러 현대인 탈모증의 상당수는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생기는 비만이 원인이므로 지방섭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