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무대 선 지평지성 신입 변호사들 "가상 공개변론 경험 도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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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 매드니스' 피의자 변호役"오준수는 왜 수지와의 관계를 숨기나요?" 한 관객이 무대 위의 배우에게 물음을 던지자 배우 옆의 한 말쑥한 남자가 다소 어색하지만 조곤조곤 배우를 대신해 대답했다.
지난 15일 동숭동에서 공연한 연극 '쉬어 매드니스'의 한 장면이다. 살인 피의자의 변호사로 출연한 이들은 연극배우가 아닌 실제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신입 변호사들이다. 연극은 관객이 직접 배우 중 한 명을 그날의 범인으로 지정하는 관객 참여 형식으로 변호사들이 극에 등장하는 4명의 피의자를 한 사람씩 맡아 5분씩 변호했다. 변론의 내용도 직접 변호사들이 작성했다. 지평지성 변호사들의 연극 출연은 처음이 아니다. 2007년부터 매년 4명씩 지난해까지 이미 12명이 무대에 섰다. 공연에 참여해 미용실 주인의 변호를 맡았던 장품 변호사(30)는 "회사 일로 너무 바쁜 나머지 당일에야 대본을 완성했다"며 "연극을 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고 느꼈지만 숨가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접해보는 것이 많은 자극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맡고 있는 이소영 변호사는 "평소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는데,친분이 있던 뮤지컬 헤븐 박용호 대표가 쉬어 매드니스를 소개했다"며 "박 대표가 미국에서는 변호사들이 무대에 서서 공연을 하기도 한다고 전해 회사에 제안했다"고 변호사들이 연극에 출연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일에 묻혀 사는 변호사들에게 문화생활을 접하게 하는 동시에 비록 연극이지만 무대에서 공개변론을 경험케 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법인들은 최근 격무에 시달리는 변호사들에게 문화생활을 장려하고 있다. 법무법인 화우는 볼링,야구,산악 동호회 활동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최근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의 강연회를 여는 등 문화 인사 초청 강연회를 잇달아 갖고 있다. 다음엔 희극인 김제동씨가 강연할 예정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