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세장 베팅 '소수파 헤지펀드' 대박

글로벌 증시가 근래 큰 폭으로 요동친 탓에 주요 헤지펀드들도 저조한 실적을 보인 가운데 베어마켓(약세장)에 대비했던 소수의 '비관주의' 헤지펀드들은 거액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5~6월에 이득을 얻은 헤지펀드는 손에 꼽을 만큼 소수에 불과하다"며 "하지만 베어마켓 지향적인 소수 헤지펀드들은 리먼사태 이후 최대 수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리먼브러더스 출신 로버트 기빈스 트레이더가 운영하는 17억달러 규모 오토노미캐피털은 올해 17%의 고수익률로 약세장 속에서 이름을 날렸다. 이 펀드는 유로화와 유럽 주요국 국채에 쇼트(매도)포지션을 취해 거액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70억달러 규모 블루크레스트캐피털인터내셔널펀드도 유럽 각국 국채에 대해 '비관적'시각을 견지,지난 9일 현재 10.16%의 높은 수익률을 자랑했다. FT는 이 펀드를 운용하는 JP모건 출신 마이크 플라트 트레이더에 대해 "결코 경기회복을 믿지 않는 인물로 알려졌다"고 언급했다.

운용자금 5억달러 규모의 컨키스트매크로펀드도 시장을 부정적으로 전망한 덕에 지난달 말 수익률이 22%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와 함께 GLG파트너스의 1억6000만달러 규모 매크로펀드도'원자재 통화'라고 불리는 호주달러와 캐나다달러에 쇼트포지션을 취한 게 적중해 5월에만 8%의 짭짤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헤지펀드 시장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헤지펀드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5~6월 -0.21%의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다. 특히 금리와 국채,외환 등 거시경제 전망에 따라 투자하는 매크로펀드들이 급격한 시장 변동에 타격을 입어 올해 수익률 -1.16%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