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DTI 규제완화는 최소 수준에 그쳐야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모양이다.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새 아파트를 분양받고도 살고 있는 집을 팔지 못해 쩔쩔매는 사람들이 속출하는 등의 부작용을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셈이다.

대출 원리금이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DTI 규제 완화와 관련해선 많은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까닭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각 부처간 의견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충분히 논의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DTI를 완화할 경우 무엇보다 이미 7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빚(판매신용 포함)이 더욱 늘어나 또 다른 금융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는 걱정이 크다. 게다가 DTI는 현재 40%(서울 강남 3구)~60%(인천 · 경기)로 규제되고 있는데 실제 개인 대출자들의 평균 DTI는 20% 전후(KCB연구소 분석)에 머물고 있다. 평균적으론 DTI 한도에 여유가 있어 높일 이유가 별로 없다는 얘기다. 또 부동산 거래 부진은 가격 안정에 대한 기대와 그로 인한 전반적인 수요 부족에서 비롯된 측면이 적지 않은 만큼 DTI 규제 완화가 부동산 시장을 살린다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거래 부진 심화에 따른 실수요자들의 고통과 건설 관련 업종의 타격을 감안하면 상징적 · 심리적 차원에서라도 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DTI를 손댄다면 모처럼 수그러든 투기 심리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실수자요들의 거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요맞춤 형태의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르는게 바람직할 것이다.

이 밖에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세제면에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이 없는지도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년 4월 말까지 적용되는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양도세 감면이나 연말이 시한인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 등을 연장하는 것을 포함해 미세 조정이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어떤 조치든 망국병인 투기를 부채질하거나 막 시작된 건설사 구조조정을 무위로 돌리는 결과를 빚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