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난 汎현대가 "현대건설 인수, 더 지켜보면 그림 나올 것"

故정인영 회장 4주기 행사
"현대건설 인수는 좀더 지켜봐야죠…."

범(汎) 현대가(家)가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20일 경기 양평 용담리 선영에서 열린 고(故)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 4주기 행사에서다. 고인의 차남인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과 정몽진 KCC 회장,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정몽훈 성우전자 회장 등 '몽'자 항렬 일가 및 한라그룹 전 · 현직 임원 200여명이 뙤약볕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평소 "인영 형님이 그립다"고 되뇌던 고인의 동생이자 마지막 현대가 1세대 기업인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도 참석했다. 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그룹 회장과 평소 집안의 추모식을 늘 챙겨온 정몽준 의원,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은 개인 사정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날 행사는 평소 현대가 모임과 달리 미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옛 현대그룹의 모태 역할을 했던 현대건설 인수전을 앞두고 있어서다. 내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앞두고 현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현대가의 위상 복원 논의도 의식한 듯했다. 선영에 모인 현대 일가 대부분은 말을 아꼈다. 집안의 큰 어른인 정상영 명예회장은 "형님 기일이니 집안이나 회사 얘기는 되도록 하지 말자"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원 회장은 '오늘 모임에서 범 현대가의 현대건설 인수 얘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에 "그런 민감한 얘기를 나눌 자리가 아니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가족 간에 사업 얘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 현대가가 현대건설을 되찾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감지됐다. 정몽진 회장은 "오늘은 별 말이 없었지만,여러 분위기상 현대가가 모여 현대건설 인수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정서는 남아 있다"며 "향후 그런 뜻이 모아지면 장자(정몽구 회장) 중심의 현대가 컨소시엄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최근까지 현대건설 인수와 관련한 가족 모임은 따로 없었고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더 지켜보면 그림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및 현대중공업 등은 최근까지도 현대건설 인수전에는 "관심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선 현대건설 인수전이 본격화되면 현대차를 포함한 현대 일가가 인수전 참여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평=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