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축통화 만들기 잰걸음…홍콩서 '위안화 펀드·보험' 허용

기업 환전 규제도 폐지…위안화 계좌이체 자율화 운용처 다변화 글로벌 행보
'달러 킬러'로 불리던 前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 "지금은 美국채 팔 때"
홍콩에서 보험 펀드 등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 판매가 허용된다. "홍콩을 위안화 역외유통센터로 키우려는 중국의 포석"(블룸버그통신)으로 위안화 무역결제 확대,절상 개시 등과 맞물려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인민은행은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금융관리국과 19일 위안화 청산 협의 개정안을 체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홍콩에서 투자자들이 위안화 예금을 통해 보험 펀드 등 재테크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개인과 기업이 은행의 위안화 계좌를 통해 이체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특히 기업들이 은행에서 위안화를 사고팔 수 있는 환전 한도가 사라진다. 그동안 홍콩 내 은행은 위안화 예금과 대출 등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위안화를 유통해왔다. ◆해외에서 위안화 운용수단 확대

천더린 홍콩금융관리국 총재는 "금융회사들이 다양한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해 위안화 예금을 갖고 있는 투자자에게 더 많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홍콩 내 은행의 위안화 예금 금리는 연 0.5%가 채 안 된다. 이날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HSBC는 새 위안화 투자상품을 내놓았다.

중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HSBC 등 해외 기업의 홍콩 내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을 허용하는 등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 시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항셍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이번 협약에서 진짜 획기적인 부분은 홍콩에 위안화가 유통되는 은행 간 시장을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안화 국제화의 최대 걸림돌인 위안화 운용처 제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보다.

상하이증권보는 조만간 홍콩에서 위안화 펀드 등을 통해 중국의 내국인 전용 A주에도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거주 등 일정 자격만 갖추면 외국인도 위안화로 중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외국인이 중국 증시에 투자하려면 QFII(적격외국인기관투자가) 자격을 얻은 기관투자가의 중국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

◆속도 내는 위안화 국제화중국이 홍콩을 위안화 국제화의 전진기지로 택한 것은 해외에서 위안화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위안화 무역결제는 작년 하반기 36억위안에 불과했지만 올 상반기 706억위안으로 20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 가운데 홍콩이 75%를 차지했다.

위안화 무역결제는 지난해 7월 상하이와 광둥성 등 5개 도시에서 홍콩 아세안 등을 대상으로 시작됐다. 중국은 지난달 위안화 무역결제가 가능한 대상 국가를 전 세계 모든 국가로,중국 내 대상 지역도 20개 성과 시로 확대했다.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국제화를 위한 기반 다지기라는 분석이다.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는 환율이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홍콩이 위안화 청산업무 협약을 체결한 이날은 2년간 달러에 고정시켰던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한 지 꼭 한 달째 되는 날이다. ◆다시 커지는 미 국채 매각 목소리

'달러 킬러'란 별명을 갖고 있는 위융딩 중국사회과학원 고문(전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미국 달러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에 대비해 미 국채를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 고문은 상하이증권보 기고문을 통해 "달러에 편중된 외화자산을 다른 화폐와 투자상품 등으로 분산시켜 위험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국채 수요가 큰 지금이야말로 시장에 충격 없이 매각할 수 있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위 고문은 중국 경제학자로서는 처음으로 미 국채의 과다한 편입에 대해 경고 사인을 보내 서방 언론들은 위 고문을 '달러 킬러'로 부른다. 위 고문은 "지금은 중국이 해외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며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의 기업을 적극적으로 사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