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지방재정·지방공기업] 1000억 넘게 들어간 태백관광공사 전기료 조차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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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태 어떻길래
지방공기업 369개 난립, 부채 42조6818억 달해
방만경영으로 부실 키워…지자체 재정부담 위기감
'태백관광개발공사,충남농축산물류센터관리공사,구미원예수출공사,전남 · 북무역,대전엑스포과학공원….거창한 설립 목적과 달리 방만한 운영으로 적자에 허덕이다 청산절차를 밟고 있거나 청산되는 수모를 겪은 지방 공기업들이다. 1999년 지방공기업 설립권한이 지방정부로 넘어간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거덜난 부실 공기업은 강원도부터 전라 경상도까지 전국에 걸쳐 분포돼 있다. 지방 공기업의 청산이나 부실은 지방자치단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의지를 표명한 것도 빚더미 지방 공기업을 더 이상 방치했다간 지자체를 넘어 국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산명령 후 4개월 이상 검토만
충남농축산물류센터관리공사(충남물류센터)는 지난 3월 청산명령을 받았다. 행정안전부가 경영 정상화가 어렵다는 이유로 보유 자산과 지분을 매각하고 법인도 없애라고 결정한 것.
하지만 충남물류센터는 청산명령을 받은 지 4개월이 지났지만 매각절차나 방법조차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충남물류센터 관계자는 "민간에 매각할지 어떨지 결정된 바 없다"며 "청산시점인 2011년까지 1년 이상 남았기 때문에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 성거읍에 있는 충남물류센터는 지역 우수 농수축산물을 유통한다는 명분으로 1999년 충남도가 천안시 · 농협과 191억원을 출자하고 국비 278억원 등 총 519억원을 들여 설립했지만 4년여 만에 자본금이 모두 잠식됐다. 충남도가 110억원을 내고 단독 경영에 나섰지만 전공과 무관한 임대사업에 몰두하는 등 부실 방만 경영으로 정상화에 실패했다. 지난 3월 행안부가 조사한 26개 지방 공기업의 실태는 충격 그 자체였다. 자본잠식은 기본이고 수십명의 직원이 단순업무로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태백시가 567억원,코오롱컨소시엄이 484억원을 출자해 2001년 설립한 태백관광개발공사도 '식물기업'으로 판정돼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원인은 '오투리조트' 운영실패.2008년 골프장 스키장 등을 갖추고 문을 열었지만 고객유치에 실패해 전기료를 못내고 있는 상황.작년 영업적자만 25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160억원 적자가 예상된다는 게 평가단의 결론이다.
◆10년 새 공기업 69% 증가
전문가들은 지방 공기업의 부실 증가 원인으로 공기업 난립을 꼽았다. 이는 공기업 설립권한이 1999년 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넘어가면서부터다. 행안부에 따르면 1999년 218개였던 공기업은 작년 말 현재 369개(지자체 상 · 하수도본부 등을 포함한 수치)로 69% 증가했다. 광역지자체는 물론 기초지자체까지 '개발이익을 지역에 환원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공기업 설립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공기업 설립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일부 지자체는 대형 프로젝트가 생기면 공기업을 설립할 정도였다. 성격이 비슷한 도와 시의 공기업이 중복설립되면서 동반 부실을 초래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여수시는 2012년 세계박람회 개최에 대비해 설립된 여수도시공사 설립 조례안을 2008년 통과시켰다. 이미 설립된 전남개발공사도 여수 경도 해양관광단지 개발 사업에 300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중복사업이 불가피하다.
경기도는 더 심각하다. 지방 공기업만 경기도시공사와 광주지방공사,하남시도시개발공사,용인지방공사,김포시도시개발공사,남양주도시공사,평택도시공사,화성도시공사,양평지방공사 등 9곳으로 지자체 중 공사가 가장 많다. 안산 · 시흥 · 안성시 등도 지역개발 사업을 겨냥해 설립 방침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작년 지방 공기업의 적자 규모는 1784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88억원 늘었다. 부채 규모는 2004년 21조3136억원에서 작년 42조6818억원으로 4년 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가 53.6%에 불과한 실정에서 채권을 발행해 사업을 추진해 역시 공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 이 교수는 "공기업은 사기업에 비해 전문성과 책임성이 떨어지고 방만한 경영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지역의 개발물량이 소진되면 개발을 부추기는 각종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광역적 또는 국가적 차원에서 지방 공기업 설립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