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메가스터디 엎치락뒤치락 '10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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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창립 10주년
公·私교육 점유율 경쟁 격화
"제2의 창업을 한다는 마음으로 창조적 서비스를 통해 더 큰 도약을 이뤄내겠다. "(손주은 메가스터디 대표이사)
"획기적으로 개선된 네트워크 시스템으로 수능 교육을 원활히 지원해 사교육비를 대폭 절감시킬 것이다. "(곽덕훈 EBS 사장)공교육과 사교육을 대표하며 고교생 대상 온라인 교육 시장을 양분해 온 EBS(한국교육방송공사)와 메가스터디가 최근 잇따라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국내에 '인강'(인터넷 강의) 열풍을 몰고 오며 사교육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꾼 메가스터디와 정부의 사교육 억제 정책 선봉에 서 있는 EBS는 각각 개최한 10주년 기념식에서 향후 더 큰 경쟁을 예고했다.
◆메가스터디 vs EBS'숙명의 라이벌'
2000년 자본금 3억원,직원 5명으로 출발한 메가스터디(www.megastudy.net)는 학원가 명강사였던 손주은 대표의 명성에 힘입어 단숨에 대입 교육시장 1위 기업으로 올라 섰다. 메가스터디는 설립 4년 만인 2004년 12월 코스닥 상장에 이어 2005년엔 회원 수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교육개발원 부설 교육방송'이 전신인 EBS는 2000년 한국교육방송공사 설립에 이어 같은 해 12월 인터넷 방송을 개국하면서 본격적인 공영교육방송을 시작했다. 설립 초기 메가스터디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EBS는 2004년 고교생 대상 수능대비 온라인 강의 사이트(www.ebsi.co.kr) 개설과 함께 당시 노무현정부가 사교육 억제책으로 내세운 'EBS강의-수능시험 연계' 정책으로 단숨에 메가스터디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동반 성장
정부의 각종 사교육 억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메가스터디는 꾸준히 성장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2003년 345억원이었던 메가스터디의 온라인 강의 매출은 2008년 1000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엔 1547억원을 기록했다. 강의와 함께 사용되는 교재 매출도 2003년 66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226억원으로 6년 새 4배가량 상승했다. 온라인 강의가 무료인 EBS도 메가스터디와 경쟁하는 영역인 교재 판매 부문에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정부의 'EBS강의-수능시험 연계' 방침에 힘입어 696억원의 교재 판매 매출을 기록한 EBS는 이후 메가스터디에 밀려 잠시 주춤했지만 2007년 557억원을 저점으로 2008년 623억원에 이어 지난해엔 사상 최대인 712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동반 성장기' 동안 두 곳은 각종 지표에서 엎치락 뒤치락하며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경쟁을 벌였다. 웹사이트 분석 전문업체인 랭키닷컴에 따르면 입시 포털사이트 부문 점유율에서 2004년 이전까지 20~30%를 차지하던 메가스터디는 2004년 EBS의 인터넷 강의 시작으로 그해 15% 수준까지 밀렸으나 이후 회복세를 보이며 2005년 19.3%(EBS 19.6%),2007년 21.5%(EBS 21.4%),2009년 25%(EBS 23.1%) 등 점유율을 끌어올리면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끝나지 않은 전쟁그러나 지난 3월 초 'EBS 강의에서 올 수능 문제의 70% 이상을 내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에 따라 메가스터디는 6년 전 악몽이 재연되는 분위기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9만~10만명 수준이었던 메가스터디의 하루 평균 사이트 방문자 수는 교과부의 발표 이후 지난달까지 6만~7만명 수준으로 30%가량 감소한 상태다. 반면 EBS의 경우 11만~12만명 수준으로 10~20%가량 상승했다. 이에 대해 손은진 메가스터디 전무는 "2004년에도 특별한 외부적 대응보단 강의 품질을 더욱 높이는 등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고등부 입시 강의사이트에 이어 줄곧 사업 영역을 확장해 온 두 곳은 고등부 외 곳곳에서 접전 중이다. 2006년 어학 학습 사이트(www.ebslang.co.kr)를 오픈한 EBS에 맞서 메가스터디는 지난해 2월 영어학습 사이트 '메가잉글리쉬'(www.megaEnglish.net)를 열었다. 반면 EBS는 엠베스트(중등) 및 엠주니어(초등) 등으로 중등 이하 교육시장에서도 입지를 구축한 메가스터디에 맞서 최근 고등부 수능 강의 콘텐츠에만 제공해 오던 무료 다운로드 서비스를 초 · 중등 교과 프로그램으로 확대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