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창] 기상정보 자립의 꿈

지난 6월27일 발사된 천리안 위성이 동경 128.2도,3만6000㎞의 적도 상공에 자리를 잡았다. 이 천리안 위성으로 세계 7번째 기상위성 보유국이 된 한국은 기상위성 자료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의 기상장비 현대화사업은 1982년 일본에서 해외경제협력기금 차관 1758만달러를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80년대까지 지상 기상관측망 등의 기반 시설이 대부분 해외 원조 자금과 차관으로 설치되는 등 외국의 힘으로 성장했다. 1999년엔 슈퍼컴퓨터가 도입돼 드디어 수치예보를 하는 나라의 반열에 들어섰고,2010년에는 기상위성까지 보유한 나라가 됐다. 하지만 아직 아쉬움은 남아 있다. 기상업무에서 완전한 자립이라고 말할 수 있는 독자 수치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독자 수치예보 모델은 개발해서 예보에 활용하기까지 적어도 20년 이상 걸린다. 그만큼 오랜 기간과 많은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20여년 전 기상청의 사업비 총액이 100억원 수준이었고 독자 모델을 개발하는 데는 적어도 10년간 1000억원 이상 투자해야 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당시만 해도 독자 수치예보 모델 개발은 사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동안 기상업무의 패러다임이 기초과학분야에서 응용기상분야로 확산됐다. 또한 기상청의 소속도 과학부처에서 사회부처로 이관됐다. 이 과정에서 기상정보에 대한 수요가 질과 양적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이러한 기상정보의 수요증대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첨단장비 구입 등 인프라 확충과 고품질의 정확한 기상정보 생산을 위해 힘쓴 결과 2000년대 들어 상당 수준의 기상업무체계를 갖추게 됐다.

그동안 슈퍼컴퓨터 도입이 기상청 자체 내부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면 기상위성 보유는 기상업무 영역을 4차원으로 확대하기 위한 발돋움이다. 지금까지 기상정보가 기상재해 경감을 위한 기초정보였다면 앞으로 미래의 기상정보는 경제활동 촉진과 국민 복지 증진을 위한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다. 과거에는 장비와 시설개선을 외국 기술에 의존했지만,앞으로는 독자적인 기술자립을 이루기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투자 대비 10배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기상분야 투자의 속성이다.

조하만 기상청 기획조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