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 벤처] 소형모터 전문 '에스피지'‥'소형모터' 한우물…양문형 냉장고 90%에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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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월풀·GE 등이 고객
매출처 다변화로 수익 안정적
국내 고효율 모터 의무화 '호재'
21일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소형모터 제조업체 에스피지 공장 안은 짐을 싣는 화물차로 여유공간이 없었다. 직원들은 'LG전자 멕시코 몬터레이'라고 인쇄된 박스를 화물차에 싣느라 분주했다. 박스에 들어있는 제품은 LG전자 멕시코 공장으로 보낼 얼음분쇄기용 소형모터.이 제품은 양문형 냉장고의 버튼을 누르면 적당한 크기의 각얼음으로 자르는 칼날을 작동시키는 핵심부품이다. LG전자,삼성전자,GE,월풀 등이 생산하는 양문형 냉장고 90% 이상에 에스피지의 소형모터가 장착된다.
모터를 조립하는 공장 2층은 더 바빴다. 공정라인마다 주문서가 겹겹이 붙어있고 작업장 주변에는 모터가 놓여 있다. 이준호 에스피지 부회장은 "최근 주문이 쇄도해 오후 10시까지 공장을 가동해야 한다"며 "중국 하이얼사에 공급하는 고효율 모터와 삼천리자전거의 전기자전거용 모터 등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평일 야근과 주말 특근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20년 소형모터 개발 '한우물'
에스피지는 20년간 소형모터 개발에만 매진해왔다. 50㏄용 전기스쿠터에 들어가는 모터,PDP 세정기를 돌리는 모터,의료용 침대의 등받이를 세워주는 모터,비데의 물방향을 조절해주는 모터 등 다양하다. 이 부회장은 "우리 회사 제품은 정밀성이 높아 삼성전자,보쉬,후지제록스,스트라이커 등 글로벌 기업에서 주로 구매해 간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팬모터'를 만들던 부친의 회사에서 경영수업을 받던 중 소형모터에 푹 빠져 1991년 에스피지를 차렸다. 그는 "1980년대 후반 일본에 유학갔을 때 유수의 모터 제조업체들이 소형모터 기술개발에 목을 매는 모습을 보고 창업했다"고 소개했다. 이 부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소형모터는 사용처가 늘어났다. 그는 "냉장고에 대형모터는 하나가 쓰이는데 소형모터는 5~6개가 들어간다"며 "흔히 냉장고 모터는 온도를 낮춰주는 팬모터만 생각하는데 골고루 냉기를 전달해주는 것은 소형모터가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기술력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2007년 627억원,2008년 776억원,지난해 808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547억원을 달성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1000억원의 매출 돌파가 무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해외시장 개척이 회사는 올 들어 '이익의 내실화'에 주력하고 있다. 매출 증가와 더불어 영업이익률을 7%대에서 10%대로 높이겠다는 것.이를 위해 올해부터 로봇에 사용하는 유성감속기와 전력의 85%를 동력으로 바꿔주는 고효율 모터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리기로 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국내 유성감속기 시장은 350억원에 달하지만 절반은 대만 업체가,나머지는 일본 및 독일 업체가 점유하고 있다"며 "초정밀 유성감속기로 국내시장에서 외국산 제품을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엔 기대하지 않았던 호재도 있었다. 지식경제부가 이달부터 모든 전자기기에 전기-동력변환효율이 82.5% 이상 되는 고효율 모터(0.75~150㎾급)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최저효율제(MEPS)를 시행한 것.지금까지는 중대형 모터에만 82.5% 이상의 전기-동력변환효율을 의무화했었다. 이 부회장은 "고효율 모터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춘 국내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라며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에스피지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