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영어책' '나만의 넷북'…크레슈머시장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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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책' 만들기 힘입어 디지털 프린팅 시장 급성장주부 최진희씨(35)는 최근 2만원 가량을 주고 '엄마표 영어책'을 만들었다. 네살배기 딸이 놀이를 통해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영어 동화를 만든 것.아이 사진을 캐릭터에 입혀 만든 맞춤 동화라 딸아이의 반응도 좋다. 최씨는 "아이 얼굴이 들어간 책은 교육 뿐만이 아니라 소장용으로도 가치가 있어 엄마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며 "숫자놀이, 알파벳 놀이 등의 놀이북도 따로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30만원 카메라 액세사리도 불티…휴대폰 스킨·커버시장 2조 육박
크레슈머(cresumer) 시장이 열리고 있다. 크레슈머는 '창조(creation)'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로 최씨처럼 '나만의 제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적극적인 소비자들을 뜻한다. 기존 제품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입맛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타깃으로 한 신(新)시장마저 형성되고 있다. ◆디지털 르네상스가 연 크레슈머 시장
대표적으로 크레슈머 시장은 프린팅 분야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IT(정보기술) 기술의 발전으로 인쇄방식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몇만부가 아닌 한두권의 책을 값싸게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여기에 직접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가 맞아떨어지면서 디지털 프린팅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다. 스냅스,스탑북과 같은 온라인 사진인화 업체들도 속속 생겨나 포토에세이북과 같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프린터 업체도 크레슈머 덕을 보고 있다. 디지털 프린팅 장비를 판매하고 있는 한국HP의 그래픽솔루션 사업부는 6월말 기준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김병수 한국HP 이사는 "소비자들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개인별 맞춤출판 시장이 커지면서 출판사와 라이센스를 맺어 주문형 출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북 소비자들은 '오버클럭킹'노트북PC보다 싸고 가벼운 넷북을 구입하는 사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오버클럭킹(overclocking)'업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크기는 작지만 저사양 제품을 사용한 넷북의 성능을 한단계 높여주는 일을 대행하는 것이다. 메인보드를 비롯해 비디오카드,프로세스 등의 속도를 높이는 일종의 디지털 튜닝을 해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넷북으로 변신시켜준다. 이노베이션 티뷰 등 10여개 안팎의 관련 업체들이 오버클럭사업을 벌이고 있다. 오버클럭킹을 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자 인텔은 아예 지난달 오버클럭킹 전용 프로세서(코어 i5 655k · i7875k)를 내놓기도 했다.
◆카메라,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도 후끈
방일석 올림푸스한국 사장은 지난해 자사 하이브리드 카메라 '펜'사용자들이 직접 자신만의 카메라집을 만들어 사용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가방과 끈을 만들어 팔기로 한 것.파트너는 가방사업을 벌이고 있는 루이까또즈로 정했다. 30만원대에 선보인 액세서리가 불티나게 팔려나가자 올림푸스한국은 당초 한정판으로 진행했던 액세서리 사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용석 올림푸스한국 대리는 "최근에 19만원대로 기획한 카메라 가방 등 액세서리 신제품이 매진돼 예약주문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격비교 사이트인 다나와의 신승진 주임은 "애플의 아이폰이 인기를 끌면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휴대폰을 꾸미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휴대폰용 스킨,커버 등 관련 시장 규모도 2조원대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