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채 발행 철저한 규제·감독 장치 마련을

행정안전부가 내년부터 재정위기가 우려되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지방채 발행과 신규사업을 제한하겠다고 나선 것은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지자체들이 취약한 재정 형편을 무시한 선심성 사업과 방만한 경영으로 만성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무작정 채권발행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재정사정이 더 나빠질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고 최근 성남시의 지급유예 선언과 같은 사태가 또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행안부가 다음달부터 전국 244개 광역 · 기초 지자체의 재정상황을 전면 조사해 세수확대방안을 포함한 자구(自救) 계획을 마련토록 할 방침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말 지방채 발행 잔액을 기준으로 한 지자체들의 전체 채무액은 25조5531억원이나 된다. 재정자립도가 평균 53.6%밖에 안돼 당장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려고 지난 한 해에만 8조5000억원어치의 채권을 발행했다. 대규모 부동산개발 사업 등을 명분으로 줄줄이 설립된 지방공기업들도 채권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빚이 부풀어 올랐다. 지방공기업은 1999년 218개에서 작년 말 369개로 급증했고 부채는 지난해 42조6818억원으로 5년 사이 두 배 이상 커졌다. 지방부채는 나랏빚이기도 하다. 지방재정 악화는 중앙정부 재정의 악화로 이어지고,막대한 지방채 이자 및 원금 상환부담이 늘면서 심각한 국가재정위기를 불러올 소지도 크다. 중앙정부 차원의 보다 철저한 통제가 시급한 이유다.

따라서 정부는 재정사정이 나쁜 지자체의 채권발행을 억제하도록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지방채 발행 · 판매구조를 전면 손질해 시장원리에 맡기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시장에서 채권평가등급을 매겨 가격과 수급이 결정되게 하면 지자체 경영정상화를 자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함께 정부가 구조조정 실적과 지방교부금을 연계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혁을 유도하고, 지역 주민들이 예산낭비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소모성 축제와 행사,과시성 사업들을 중단하고 지방공기업을 통 · 폐합하는 등 자구노력에 전력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