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시장 살릴 건지, 집값 잡을 건지

집값 안정과 거래활성화는 모순
선순환 위한 정책방향성 가져야
서울과 수도권 주택가격,특히 강남지역 아파트값은 너무 비싸다. 집값이 일반 가계의 소득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면 분명히 과대평가된 상태다. 올해 초 아파트의 평당 가격은 강남구 3408만원,서울 평균 1761만원(국민은행 조사)이었고,2008년 우리나라 봉급생활자의 평균 연봉은 2710만원(국세청 통계)이었다. 평균 연봉의 샐러리맨이 서울에서 전용 20평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13년 동안 모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부동산 버블론의 근거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기준은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PIR)로,특정 국가나 도시의 중위주택가격을 중위가구소득으로 나눈 값이 주로 쓰인다. 국회 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서울의 2009년 PIR은 9.4로,호주 시드니(8.3),미국 LA(7.2),뉴욕(7.0),영국 런던(6.9)보다 높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와 흔히 비교되는 일본 도쿄도 5.8이다. 그래서 우리 집값은 떨어져야 한다는게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이자 집값 하향안정의 당위성이다. 집없는 사람들도 돈을 모아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집값은 떨어지고 있고 이 같은 내림세가 조만간 멈출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지금 부동산 시장이 난리다. 다들 원한 대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다. 시장이 살아 있으려면 거래가 떠받쳐야 하지만 그게 죽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거래량은 예년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아파트 가격이 꼭지에 올랐던 2006년 말과 비교하면 거래량이 거의 10분의 1로 줄었다는 통계다. 집을 내놓아도 도무지 팔리지 않고,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업체들이 대금 회수가 안 돼 잇달아 나자빠지면서 금융권의 부실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젠 집값이 자꾸 떨어져서 문제인 것이다. 부동산의 속성이 그렇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에게 집은 주거수단이기에 앞서 대표적인 자산이다. 그 자산에 대한 국민의 기대 또한 반드시 증식돼야 한다는 것 한 가지다. 부동산 거래두절,시장 붕괴의 본질이 바로 그것이다. 값이 떨어지고 있는 걸 보면서 집을 살 바보는 없다. 앞으로 값이 올라 자산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전제되지 않는 한 집에 대한 구매수요는 결코 일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집값에 대한 국민 정서와 개인 기대치의 모순이자 부동산 정책의 딜레마다.

정부의 고민도 바로 그것이었다. 집값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거래가 실종된 주택시장을 어떻게 되살릴 것이냐가 화두(話頭)였지만,애초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잡기'였다. 시장의 논리와는 처음부터 맞지 않는 상반된 정책목표였고,집값을 떨어뜨리면서 거래를 늘릴 해법이 진작에 있었다면 어느 시대 어느 정권에서나 부동산 정책이 실패만 거듭해왔을 까닭이 없다.

정부가 어제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논의를 거듭했지만 결국 푸느냐 마느냐의 의견 접근에 실패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만 해도 그렇다. 집값 폭등기인 2006년 말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하면서 시장의 열기를 가라 앉힌 이 규제를 풀 경우 또다시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결국 곧 시장을 살리기 위한 어떤 대책이 나오더라도 어정쩡한 내용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주택시장도 선순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어차피 집이 개인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면 그에 맞는 정책의 방향을 설정하고 시장여건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집값을 계속 떨어지게 할 것이냐,얼어붙은 거래를 살려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킬 것이냐 하는 방향성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둘 다 가능한 대안은 없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