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키 마우스 작년 연봉 6조원…'콘텐츠 파워' 무섭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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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기업을 넘어 콘텐츠기업으로 | 성열홍 지음 | 김영사 | 416쪽 | 1만5000원미디어기업을 넘어 콘텐츠기업으로 성열홍 지음/김영사/416쪽/1만5000원
디지털 시대에 영화는 과연 사양산업일까. 미국에서 닷컴 버블이 붕괴되며 불황이 엄습했던 2001년과 2002년,할리우드 영화산업은 전년 대비 9.8%,14.1% 성장했다. '서브 프라임' 사태로 경기가 침체된 2007년에도 전년 대비 5.4% 커졌다. 영화산업은 이처럼 불황에 내성을 발휘한다. 그리고 게임과 음악,애니메이션,캐릭터,테마파크 등 다양한 콘텐츠 산업과 연계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가고 있다. 제임스 캐머론 감독의 '아바타'는 전 세계 극장 흥행 수입만 27억 달러(3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DVD와 방송 등 부가판권 매출을 합치면 50억 달러(6조)를 웃돌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2003년 연봉은 450억원이었던 데 비해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의 그해 연봉은 1000억원이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마이크로소프트 순이익 증가율은 18%였지만 디즈니는 41.4%였다. 2009년 미키 마우스가 번 연봉은 무려 6조원에 달했다.
《미디어기업을 넘어 콘텐츠기업으로》는 세상을 바꾸는 문화콘텐츠 파워를 심층적인 자료를 통해 제시한다. 전 세계 미디어와 콘텐츠 산업의 흐름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진화의 방향도 진단한다. 또한 레드오션에 빠진 방송 · 미디어산업을 블루오션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유용한 사업 전략도 짚어본다.
저자는 우선 디지털 시대를 맞아 매체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현장에 주목한다. 1994~1998년 해마다 3배 이상 매출이 늘었던 나이키는 2000년대 접어들며 성장률이 둔화되자 그 원인을 게임업체 닌텐도와 IT업체 애플에서 찾았다. 동종 업체인 리복이나 아디다스가 아니었다. 싸이월드가 2005년을 기점으로 약화된 이유는 '스타크래프트'나 '서든 어택' 같은 게임의 인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시장 점유율 대신 시간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는 시대가 왔다"고 선언한다. 소비자의 시간을 더 많이 빼앗을 수 있는 콘텐츠가 이 경쟁의 핵심이다. 세계 2위 미디어 기업인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영화 · 음반 · 게임 · 테마파크 등의 콘텐츠를 유기적으로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1위 타임워너를 비롯해 비아콤 · 뉴스코퍼레이션 등은 각 사업 중 프로그램(콘텐츠)과 연계된 케이블 방송 사업에서 가장 눈부신 실적을 거두고 있다. 가령 타임워너의 케이블 방송 사업 매출은 2006년 117억 달러,2007년 159억 달러 2008년 172억 달러로 급증했다.
콘텐츠의 한계비용은 제로에 가깝다. 첫 번째 상품을 생산할 때에는 대규모 투자가 소요되지만 두 번째 상품부터는 복제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된다. 상품을 사용할수록 가치가 커지는 '네트워크 외부효과'도 적용된다. 외부효과를 확대하기 위해 온라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콘텐츠 기업의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모든 매체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융합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뉴욕타임스가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e비즈니스 기업으로 변신을 선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