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굴뚝 트로이카株' 에 집중 러브콜

턴어라운드 기대 비중 확대
투신권도 동참…ITㆍ車는 축소
국민연금 추가 매수여력 7조
포스코ㆍ현대重ㆍOCI 주목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이 철강 · 조선 · 건설 등 '굴뚝산업 트로이카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정보기술(IT) · 자동차 등 주도주 위주로 매수하던 것과 비교할 때 뚜렷한 변화다. 투신권은 펀드 환매로 인해 주식을 순매도하는 와중에도 이들 종목의 비중은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기금 중 기금 운용 규모가 가장 큰 국민연금의 하반기 주식 추가 매수 여력만 약 7조원에 달해 향후 연기금의 매수 종목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하고 있다.

◆연기금,철강 · 조선 · 건설주 '러브콜'
코스피지수는 22일 13.25포인트(0.76%) 내린 1735.53에 마감했다. 삼성전기가 4.55% 급락한 것을 비롯 하이닉스(-4.24%) 삼성전자(-1.10%) 등 IT주와 현대차(-2.55%) 기아차(-3.95%) 등 자동차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자문사 7공주'는 하이닉스 기아차 외에 나머지 5개 종목(LG화학 제일모직 삼성테크윈 삼성SDI 삼성전기)이 하락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4.09% 상승,사흘째 오름세를 이어갔고 현대건설(1.15%) 포스코(0.98%) 등 '굴뚝주'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종목의 강세를 이끄는 동력은 연기금이란 분석이다. 올 들어 5월까지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현대차 기아차 등 IT · 자동차주가 대거 포진했다. 그러나 6월 이후 총 1조6419억원을 순매수하면서 포스코 현대제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의 비중을 부쩍 확대했다. 보유 중인 IT · 자동차주는 적극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이후 순매도로 돌아선 투신권 역시 삼성물산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미포조선 등을 순매수하고 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조선 · 철강 · 건설주는 IT · 자동차 등 주도주의 그늘에 가려 그동안 소외돼 있었지만 최근 업황 턴어라운드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게 공통점"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현대제철의 향후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5월 말에 비해 8.9% 상향 조정됐다. 현대중공업(2.4%) 삼성물산(11.6%) 등도 전망치가 올라가고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연기금은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하기 때문에 당장의 실적보다는 경기흐름의 큰 변화를 보고 종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철강 등 소재산업은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때 수혜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라고 분석했다.

◆1700대에서도 순매수 주목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굴뚝주의 강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중원 HMC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계획에 따라 올해 말까지 전체 운용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을 16.6%까지 높여야 해 올 하반기에만 7조원가량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승한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최근 5년간 연기금의 주식 순매수 규모는 3분기에 가장 컸다"며 "투신권은 펀드 환매로 매수 여력이 없고 외국인 매수세도 강하지 않아 연기금의 시장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과거 코스피지수가 단기 저점 근처까지 밀려야 저가 매수에 나섰던 연기금이 최근에는 전 고점 수준인 1700대 중반에서도 꾸준히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 연기금의 순매수가 기대되는 종목으로 HMC투자증권은 대한통운 한진 고려아연 현대중공업 등을 꼽았고 하이투자증권은 효성 OCI 호남석유 등을 제시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