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총리, 현장행보 늘고 국정 목소리 커지는데…

후임자 물색 난항…개각 앞두고 유임설 '솔솔'
與 핵심관계자 "대안 없다면 지금 교체할 이유가…"
이명박 대통령이 개각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정운찬 총리(사진)의 유임설이 솔솔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여권 내에선 이번 개각이 집권 하반기 체제 구축이란 의미가 있는 만큼 총리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청와대에선 총리 교체 상황에 대비해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교체론에 무게가 실려있다. 그럼에도 유임설이 나오는 것은 몇가지 상황에 근거하고 있다. 우선 정 총리를 능가하고 쇄신과 탕평,화합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후임자 찾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여권 내에서 돌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50대 중반의 세대교체형 인물인 만큼 후임 총리는 그보다 연륜과 국정 경험이 있고,가급적 대구 · 경북(TK) 출신이 아니어야 하며,본인과 주변이 혹독한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카드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정 총리의 현장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 20일 경기 안산의 산업단지와 서울 영등포 재래시장 등을 잇따라 방문하고 영세상인들의 어려움을 귀담아 들었다. 저녁에는 중소기업중앙회 초청으로 이뤄진 소통간담회 만찬에서는 막걸리를 마시며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21일에는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특강을 했으며 22일에는 기업은행의 '청년취업 2만명 프로젝트' 달성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국정 현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개선방안을 보고 받은 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간부회의에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방안을 마련토록 주문했다.

정 총리는 거취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지막날 마지막 시간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강조한다. 사퇴 시기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아느냐"며 즉답을 피했다. 지금 총리를 교체하면 수포로 돌아간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책임을 정 총리에게 전가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이 대통령으로선 부담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22일 "정 총리 정도 되는 사람이 있다면 모를까 굳이 지금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초 7 · 28 재 · 보선 이전으로 예상됐던 개각이 그 이후로 미뤄진 것도 정 총리의 유임 가능성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그렇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단정적으로 예단해서 말할 수 없다"며 "이 대통령이 고심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식/장진모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