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대만 증설경쟁 속 수요 위축…LCD도 '치킨게임'

디스플레이 경기 꺾이나
D램에 이어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까지 공급과잉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경기 회복세를 타고 엄청난 속도로 증설경쟁이 빚어진 데 따른 여파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생산능력을 40%나 늘렸다. 대만 업체들도 평균 20% 이상의 증설을 완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비수기인 여름철을 맞아 주요 LCD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간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문제는 욱일승천하던 LCD 경기가 완연한 하향세로 접어들 것이냐 여부다. 다음 달 이후 감산에 들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일시적 감산일 뿐"이라고 말한다. 수요가 잠시 주춤하는 것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 일본 중국 대만 업체들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점은 향후 가동률 유지와 수익성 확보에 적지 않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TV PC 휴대폰 등의 세트부문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 LCD 경기가 눈에 띄게 퇴조하는 흐름으로 간다면 향후 글로벌 IT경기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국 TV수요 월드컵 특수 없었다

최근 LCD 수급구조에 결정타를 날린 곳은 중국시장이다. 올해 초 중국 TV시장 규모는 3900만대 정도로 예측됐다. 하지만 주요 TV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가전하향 정책과 월드컵 특수 등을 감안해 시장 규모를 4500만대까지 높여 잡았다. 그러나 2분기 중국 TV시장은 1분기 900만대보다 못한 700만대 수준에 머물렀다는 게 디스플레이서치의 분석이다. 유럽도 재정위기로 제자리 걸음을 했다.

패널 조달업무를 맡고 있는 TV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TV 판매실적이 예상밖으로 저조하게 나타나면서 시장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며 "주요 시장조사 기관들의 올해 TV시장 전망치도 매달 하향 조정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결국 TV업체들에는 패널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었고,이는 패널 주문 감소와 디스플레이업계의 감산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권 사장 역시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누구도 재고가 쌓일 것이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권 사장은 다만 "지난해에도 잠시 재고 증가 현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것처럼 전자제품 성수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공급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디스플레이업계가 시의적절하게 감산에 들어가는 등 '자정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 과거 반도체 '치킨게임'과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공급과잉 중장기 추세로 굳어지나

하지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공급과잉이 중장기 추세로 굳어질 가능성을 더 높게 점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중국공장 설립계획을 들여다보면 더욱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2012년까지 중국공장 설립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대만의 AUO,일본의 샤프 등이다. 현지 업체인 TCL과 BOE 등은 물론 중소규모의 현지업체들도 LCD 공장 건설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의 공장 완공시점은 대부분 2011년과 2012년에 맞춰져 있다. 연간 생산능력으로 따지면 1000만개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최정덕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과 해외업체들이 수립한 중국 내 LCD 패널 공장 설립이 가시화되면 잠복해 있던 공급과잉 문제가 표면화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경우에 따라 '알면서도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치킨게임이 디스플레이업계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업체,OLED기술 4~5년 앞서

한국기업들은 이에 따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새로운 카드로 준비하고 있다. OLED는 LCD에 비해 명암비와 색재현율이 뛰어나고 응답속도가 빨라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주목받아 왔다. 가격이 비싸 스마트폰에 우선 채택되고 있지만 2014~2015년께는 TV에도 널리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업체들의 추격이 가시화될수록 차세대 제품인 OLED TV 대중화를 앞당기려는 국내 업체들의 차별화 노력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OLED 기술에서는 국내 업체들이 대만 · 중국 업체들에 비해 4~5년가량 앞서 있다는 평가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의 경우 2012년까지 2조5000억원을 투자해 내년 7월 양산을 목표로 탕정 디스플레이시티에 5.5세대 신규 라인을 갖추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도 2012년 중 5.5세대 양산체제를 구축키로 결정하고 효과적으로 투자 방법 찾기에 나선 상태다.

김용준/김태훈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