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용산 국제업무지구] 도심 재개발 지원 부족…日 롯폰기힐스 용적률 1083%인데 용산은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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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인사이드 >"일본 등과 비교할 때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방식은 원시적입니다. "
日 역세권개발과 비교해보니
부동산 전문가들은 21세기 서울의 부도심 역할을 할 용산국제업무지구가 20세기 한국적 개발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고 입을 모았다. ◆사업기간 충분히 잡아야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은 코레일 적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됐다. 정부는 7조원에 이르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철도정비창 부지 개발을 허용했다. 그러다 보니 코레일은 사업이익보다 땅값을 많이 받는 데 더 관심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개발컨설팅업체인 피데스PM의 김철수 사장은 "일본에선 토지주가 땅을 출자하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된다"며 "개발사의 출자자로 참여하면서 개발사에 토지비용 부담을 크게 지운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도 "코레일이 땅 장사를 하려고 했던 게 문제"라며 "지주의 입장보다 개발자의 입장이 돼서 개발이익을 나눠 가지는 방식으로 접근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도 국철을 민영화하면서 보유토지 개발에 나섰다. 1987년 부동산 시장이 초호황을 누릴 때다. 개발을 맡은 국철청산사업단은 사업기간을 20년 정도로 길게 잡았다. 토지를 그대로 보유하면서 개발계획을 수립한 뒤 순차적으로 민간에 제공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 관계자는 "개발지에서 나오는 아파트 오피스 등의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용산은 10년 만에 서둘러 개발을 끝내려다보니 자금 조달 및 분양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낮은 자기자본 비율
용산국제업무지구 시행사인 드림허브의 자본금은 1조원이다. 이는 총 사업비(31조원 추산)의 3~3.5%밖에 되지 않는 금액이다. 한마디로 남의 돈으로 사업하려 했다는 얘기다. 일본 등 선진국에선 자기자본비율이 30%를 넘는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기자본의 비율이 높아야 금융위기 등 외부 환경 변화에 휘둘리지 않고 개발을 진행할 수 있어서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기자본 비율이 낮으면 금융비용이 많이 발생하고,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드림허브가 국내 시행사 관행대로 남의 돈으로 너무 큰 사업을 하려 한 게 화근이 됐다"고 분석했다.
◆공공부문 지원도 적다
공공부문의 지원도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적다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일본 도쿄 기차화물터미널 부지에 조성된 복합단지 시오도메는 평균 용적률 1466%에 기부채납비율이 28%다. 도쿄 명물이 된 롯폰기힐스도 용적률 1083%,기부채납비율 36%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용적률 608%에 기부채납비율 40%다. 도심재정비 사업 전문가들은 "일본은 도심재개발 때 600%인 용적률 상한선을 1000%까지 올려주기도 했다"며 "공공성이 높은 사업에 대해선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자사 수가 너무 많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지분이 나눠져 있다보니 사업을 책임지고 끌고갈 메인 디벨로퍼가 없다는 것이다. 지분 구조상 코레일(지분율 25%)이 주요 주주지만 민간 건설사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 분석이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