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천안함 침몰 깊은 우려"

의장성명초안 "안보리 성명 지지"…'공격·규탄' 문구는 빠져
아시아 · 태평양 지역 내 다자안보협의체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23일(현지시간) 천안함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deep concern)'를 표명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초안을 마련했다. ARF 의장국인 베트남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의장성명 초안을 작성,남북한과 문안 협상을 조율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공격(attack)'으로 규정한다는 내용과 북한을 '규탄(condemnation)'한다는 문구는 초안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천안함 사태와 무관함을 주장하는 북한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의장성명 초안 8항은 천안함 사태에 대해 "한국의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자제력(restraint)'을 환영한다"고 명시했다. 초안은 또 별도의 9항에서 북핵 문제 및 6자회담 문제와 관련,"완전하고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고,당사국들이 적절한 시기에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완전한 이행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초안은 이와 함께 10항에서 국제사회의 인도적 관심사안에 대한 대처가 중요하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외교부 당국자는 "초안을 놓고 관련국 간 집중적인 협의가 진행되는 만큼 문구 수정이나 내용 변화 등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1일과 22일 각각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AMM)와 아세안+3(한 · 중 · 일) 외교장관 회의에선 천안함 사태에 대해 '개탄(deplore)'한다는 강도 높은 표현을 사용했었다.

또 "ARF 장관들은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평화와 안전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련 당사국들이 평화적 수단에 의해 모든 분쟁을 해결하도록 촉구한다"며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지난 9일 발표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오카다 가쓰야 일본 외상,양제츠 중국 외교부장,박의춘 북한 외무상 등 6자당사국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귀빈대기실에서 유 장관이나 클린턴 장관,오카다 외상은 북한의 박 외무상과 악수조차 하지 않았다.

포럼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대화 상대 10개국,북한 몽골 파키스탄 3개국 등 27개국 외교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하노이 국제컨벤션센터(NCC)에서 진행됐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