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 노골적 협찬사 띄우기…심의위반 4배 급증

상반기 120건으로 케이블 추월
간접광고 합법화 이후 '수입원' 협찬사 챙기기 성행
"드라마 '부자의 탄생'에서 특정 상품 관련 명칭과 로고를 일부 변경해 반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 제1항 및 제3항을 위반한 것입니다. "

KBS는 최근 월화드라마 '구미호:여우누이뎐' 방송에 앞서 이 같은 자막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사과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5월 "'부자의 탄생'이 간접광고로 특정 광고주를 부각시켰다"며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시청자에 대한 사과'는 방통심의위가 내리는 제재 중 중징계에 해당한다. MBC도 같은 달 교양물 '지금 만나러 갑니다'가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을 위반해 관련 규칙을 준수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협찬사 명칭을 종료자막으로 밝히는 과정에서 해당 협찬사뿐만 아니라 상품명을 고지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올 들어 상업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올 상반기(1~6월) 심의 의결 및 제재 건수를 집계한 결과 지상파채널(KBS · MBC · SBS) 120건,유료채널(PP · SO · 위성) 107건으로 지상파채널이 유료채널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연간 규정 위반 건수가 지상파 152건,유료채널 328건으로 유료채널이 지상파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지상파채널의 위반 건수가 지난 한 해 동안의 총 위반 건수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지난해 연간 10건에 그쳤던 '협찬 고지' 위반 건수가 올 들어선 6개월 만에 21건으로 늘어난 게 주원인이다. 같은 기간으로 계산하면 네 배나 증가한 셈이다. 규정에 따르면 협찬사는 종료자막으로 고지해야 하지만 한글 협찬사명 외에 영문 상호명을 함께 고지하거나 상품 혹은 홈페이지 주소까지 고지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초일류~' 등의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제재나 행정지도를 받은 프로그램들은 KBS '수상한 삼형제''거상 김만덕''해피선데이',MBC '특종 놀라운 세상''우리 결혼했어요''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SBS '당돌한 여자''아이디어 하우머치''잘 먹고 잘사는 법' 등이다.

'협찬 고지' 위반 건수 급증은 지난 1월 말부터 합법화된 간접광고와 관계가 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간접광고는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간접광고 여부를 알린 뒤 내용 중 브랜드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지상파를 대행해 영업하고 있다. 반면 협찬은 방송사가 직접 영업하는 수익원이다. 협찬사는 프로그램이 끝난 뒤 자막을 통해 고지된다. 간접광고와 대체재 관계인 협찬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 지상파채널들이 협찬사를 눈에 띄게 표현하려다 규정을 위반했다는 분석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간접광고와 가상광고가 새롭게 도입되면서 이와 관련된 규정 위반도 크게 늘고 있다"며 "심의를 강화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선정성과 폭력성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받은 사례도 지난해보다 50% 증가한 12건에 달했다. 지상파채널들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폭력적이며 자극적인 쇼와 드라마를 늘린 까닭이다. '수상한 삼형제''장화,홍련''천만번 사랑해''아내가 돌아왔다''인기가요' 등이 경고 등을 받았다. 유료채널들은 지난해보다 제재 건수가 30% 정도 줄었다. 그러나 선정성 수위는 여전히 높았다. '사과''정정''중지' 등의 중징계 건수가 13건으로 지상파(3건)보다 훨씬 많았다. 케이블TV 텔레노벨라의 성인 대상 프로그램 '플레이보이 라틴아메리카'는 노골적인 성표현을 이유로 '방송 중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남성이 여성의 두 손을 묶고 엉덩이를 채찍으로 때리는 등 과도한 성표현이 문제가 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