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구의 넛지 골프] "티샷 미스나면 7번 주세요"…골프에도 '디폴트 옵션'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은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 등에서 옵션을 지정하지 않았을 때 자동적으로 선택되는 옵션을 말한다. 최상의 선택은 아니더라도 필수적인 것은 놓치지 않도록 해준다.

이는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다. 복잡한 투자상품이나 다양한 이동통신 요금제 등을 선택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을 선택하게 한다거나 공과금,구독료,강습료 등의 납부를 잊지 않도록 통장에서 자동으로 돈이 빠져나가도록 하는 것도 디폴트 옵션의 사례다. 별다른 대안이 뚜렷하지 않을 때 자동적으로 결정을 이끌어주는 '디폴트 옵션'은 골프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00야드 파4홀에서 티샷을 잘 못쳐 190야드밖에 안 나갔다고 하자.이럴 때 아마추어 골퍼들은 십중팔구 210야드가 나갈 수 있다고 믿는 3번 페어웨이우드를 꺼내든다. 이 선택 과정은 거의 자동적이며 다른 옵션은 배제된다.

아마추어들은 미스샷이 나면 반사적으로 이를 만회하려고 달려든다. 실수를 인정할 수 없으며 실수 이전 상황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찬 디폴트 옵션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는 또 다른 실수를 낳는다.

아마추어 골퍼들의 파5홀 스코어는 좋지 않다. 파3홀은 한 번만 잘 치면 좋은 스코어를 낼 수 있지만 파5홀은 최소한 세 차례 연속해서 '굿 샷'을 해야 한다. 샷을 많이 하면 할수록 실수의 가능성도 커진다. 칠수록 실수가 늘어나는 구조적인 한계를 지닌 아마추어 골퍼는 실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디폴트 옵션을 수정하는 게 좋다. 어떻게 해야 할까. 티샷을 미스했다면 자동적으로 7번아이언을 택한다는 디폴트 옵션을 정해보자.그린까지 210야드가 남은 거리에서 7번아이언으로 쳐도 세 번째 샷은 100야드가 남지 않는다. 성공 확률이 낮은 긴 클럽으로 쳐 위험지역으로 보내기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7번아이언을 들고 그린 공략에 유리한 곳으로 볼을 보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처음에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으니 캐디에게 부탁해 '미스샷이 나면 무조건 7번아이언을 달라'고 얘기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뉴욕=골프팀 차장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