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 권의 동화책

계곡 물놀이와 캠핑이 언제부터인가 가족의 소중한 여름방학 행사가 되었다. 친정 부모님께서 여름이면 준비해주시는 이벤트.열대야에 잠을 설쳤는지 "덥다 덥다"를 외치며 셋째가 묻는다. "달궁에 언제 가요?" 지리산 계곡에서 첨벙거리며 더위를 식혔던 기억이 떠오르나 보다. 텐트 속에서 맞이하는 여름밤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졸라대는 통에 들려준 동화책 속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작은 시골 마을에 한 아이가 살고 있었다. 아침에 눈 뜨면 어김없이 뛰어나와 멀리 산등성이 보석 집을 바라보는 게 일이었다. 반짝거리는 저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작고 초라한 자기 집을 떠나 그곳에 가고 싶은 게 소원이 되어 버렸다. 하루는 용기를 내 도시락과 물을 챙기고 열심히 산을 올랐다. 도착한 그곳에는 작은 집이 하나 있었는데 아이가 그리 좋아했던 보석 집은 온데간데 없었다. 털썩 주저앉아 허기진 배를 도시락으로 달래는데 문득 산 아래 반짝이는 빛이 눈이 들어왔다. 뭔가에 홀린 듯 아이는 그 빛을 찾아 산을 내려갔다. 숨이 턱에 차 도착해 보니 웬걸 자기 집이 아닌가. 시계 속에서 일하는 시침 형제 12명이 있었다. 매 시간마다 자신의 해당 숫자에 바로 서면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람들은 일어나고 농사 짓고 밥 먹고 예배를 보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 중 유달리 활달한 성격의 6시는 한 번도 쉬지 않고 매일 똑같은 일을 한 치의 오차도 없게 해야 하는 자신의 일이 답답했다. 어느 날 늦지 않게 돌아온다는 쪽지만 남긴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 세상 사람들은 6시가 되면 집으로 가야 하는데 모두 혼란에 빠졌다. 한참 뒤에 돌아온 6시 형제가 제 자리에 서자 종소리가 울리고 세상이 다시 평화롭게 제자리를 찾았다.

아빠가 사준 우산을 친구들에게 자랑하러 나선 한 소녀가 있었다. 때마침 내린 반가운 비에 우산을 펴들고 뽐내며 길을 걷는데 토끼가 다가와 우산을 같이 쓰자고 했다. 소녀는 우산이 늘어날까봐 맘이 쓰였지만 몸을 바싹 붙여 어깨동무를 했다. 다람쥐도 만나고 소도 만나고 이웃집 할머니도 만나고 그런데 우산은 점점 커져서 모두 우산 속에서 비를 피할 수 있었다. 모두가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고 소녀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올려다 본 우산은 여전히 예쁜 모습으로 처음과 같았다.

과거를 회상하며 들려준 세 권의 동화책 이야기를 옆에서 함께 듣던 부모님께서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냐"고 하셨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야기 내용은 옅어져 가지만 뜻은 분명해진다. 비교하지 말고 가진 것을 소중히 생각하라.자신의 역할을 귀히 여기고 최선을 다하라.그리고 나누는 즐거움을 알아라.부모님의 마음이 담긴 세 권의 동화책.이번 여름방학에는 우리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텐데.

최선미 한국한의학연구원 본부장 smchoi@kiom.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