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적자해소 승부수 "부자 증세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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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감면 연장 안한다" 발표금융개혁 입법을 끝낸 워싱턴 정가에서 이번에는 부자들에 대한 증세(增稅)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1년과 2003년에 도입된 세금 감면 시한이 연말에 끝나기 때문이다.
중산층 감세 유지…선거 쟁점화
공화당 "경기회복 찬물" 반발
일몰제로 도입된 세금 감면제도의 기한을 다시 연장하지 않으면 연 소득 25만달러(부부 기준) 이상 부자들의 한계소득세율이 현재 35% 수준에서 39.6%로 높아진다. 자본이득세율도 15%에서 20%로 인상되고 배당 소득은 15%에서 최대 39.6%로 뛰어오른다. 부유층에는 '세금 폭탄'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당) 등은 25만달러 이상의 소득을 올리는 부자들에 대한 추가 세감면 혜택을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다. 대신 오바마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20만달러(개인 기준) 이하 소득자에 대한 세율은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고소득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그 돈으로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게 오바마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은 "(세금 감면 연장조치 없이)일정대로 증세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논리는 고소득층에 대한 세감면 혜택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증세를 하면 재정 적자를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제니 스펄링 재무부 장관 자문관은 "세감면 조치를 연장하지 않으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미 정부의 노력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공화당은 경기회복이 부진한 점을 들어 고소득층과 중산층 가릴 것 없이 모든 납세자의 세 부담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의회 차원에서 세금 감면을 연장하기 위한 공개적인 논의를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재정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오바마 정부가 세 감면 연장을 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백악관의 중기 예산 계획도 세 감면 폐지를 전제로 짜여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켄트 콘래드(노스 다코타),에반 바이(인디애나) 민주당 상원의원은 한시적이라도 모든 소득 계층에 세감면 혜택을 연장해주는 데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콘래드 의원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경제가 건전한 발판을 마련할 때까지 의회가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 인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이 중산층에 대해서만 세금 감면을 연장하는 법안을 마련해 공화당의 반대를 이끌어냄으로써 선거 돌파구를 찾으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고소득층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기 위해 공화당이 95%에 달하는 유권자들(중산층)의 세금 감면법안을 저지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 표를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선거전략의 일환이다.
공화당은 증세가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개인소득세율을 적용받는 소상공인들의 세 부담을 늘려 결국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을 것이란 점을 집중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가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