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창] 韓中日 표준협력 절실한 이유

한 · 중 · 일 3국 정상은 지난 5월29일 제주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제안한 3국 간 표준협력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한 · 중 · 일 표준협력이 역내 경제성장을 이끌 새로운 동력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3국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8.5%,세계 교역량의 16%를 차지하고 있지만 그동안 경제규모에 비해 표준협력은 미흡한 실정이었다.

음식 문화를 비롯해 한자 사용,인사 예절 등 여러 면에서 한 · 중 · 일은 유사성이 많다. 이를 토대로 3국은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구상도 논의하고 있다. 3국의 제품과 서비스 표준이 조화를 이루면 무역거래가 쉬워지고,3국 소비자들의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3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3국 국민 간 상호 이해의 폭 또한 커질 것이다. 한편 한 · 중 · 일은 생활방식에선 다른 것이 많다. 그러니 표준의 조화가 우선인 듯싶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다름의 철학부터 이해해야 하고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국가 간 표준협력도 다르지 않다. 3국은 일부 표준은 동일하지만,문화적 차이와 산업화 배경이 달라 많은 분야에서 표준이 서로 다르다. 국제표준에 부합하는 비율도 한국과 일본은 50%가 넘는 데 반해 중국은 20%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동북아의 중심에 자리잡고,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있듯이 3국의 공동 표준개발이나 표준조화 작업에서도 우리나라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국제표준화 무대는 이미 유럽,미국 중심에서 급속하게 동북아지역으로 중심축이 전환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국제표준은 주로 미국,독일,영국에 의해 개발됐으나,2008년에는 전기전자정보표준을 다루는 세계전기기술위원회의 국제표준 제안건수에서 일본,한국,독일,중국 순으로 판이 바뀌었다.

정상 간 협력선언의 후속조치로 지난 20일 일본에서 3국 표준국장들이 모여 정책조율을 위해 국장급 표준협력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또 민간 차원의 협력활성화를 위해 동북아표준협력포럼을 대폭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초석이 될 한 · 중 · 일 3국 간 표준의 조화를 선도하는 일은 우리의 경제적 위상과 함께 국격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최형기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정책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