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대] "이번엔 박스권 뚫는다"…힘 실리는 낙관론

발목 잡았던 해외악재 약화
PER 매력…스마트머니 밀물
"美경기 우려커져 부담 될수도"
지난 주말 코스피지수가 연중 최고치에 오르자 작년 9월 이후 10개월여 지속돼 온 박스권(1550~1760) 탈출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했다. 올 들어 1월과 4월에 이은 세 번째 도전인 데다 이번 시도는 돌발 악재에도 꺾이지 않고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어닝시즌을 맞아 외국인 주도로 박스권 돌파가 시도된다는 점에서 이전 두 차례와 비슷해 보이지만 기업실적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데다 글로벌 악재도 완화됐다고 진단한다. 지난 주말 유럽 은행들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 발표를 전후해 미국 증시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며 낙관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익급증,외국인 매수세가 돌파 동력

코스피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 1.13% 상승하며 1758.06까지 올라섰다. 올 들어 박스권 상단에 근접하기는 지난 1월과 4월에 이어 세 번째다. 전문가들은 과거 두 차례와 현재의 시장 상황을 비교하며 박스권 탈출 성공 가능성을 점검하느라 바쁘다.

세 번 모두 국내 기업들의 양호한 실적이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1월에는 2009년 4분기 실적이,4월에는 올 1분기 실적이,그리고 이번 돌파 시도는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며 주가 상승의 촉매 역할을 했다. 주된 매수 세력이 외국인이란 점도 비슷하다. 1월에는 지수가 고점을 찍었던 21일까지 외국인이 1조7015억원 순매수했고,4월 역시 하락세로 돌아서기 직전인 26일까지 외국인 순매수액이 4조6389억원에 달했다. 이번 상승장에도 외국인은 8~23일에 3조524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였다. 세 시기 모두 주식형펀드 환매에 따른 기관 매물이 쏟아진 것도 유사하다.

이처럼 공통점이 많지만 이번 시도는 남다른 점도 있다. 특히 세 분기 연속 '깜짝 실적' 행진을 한 덕분에 기업실적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졌다. 상단 돌파의 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던 해외 변수들이 예전보다 우호적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번엔 다를 것"이란 기대 솔솔
지수가 연중 고점을 다시 뚫자 "이번엔 다르다"며 낙관론에 조금씩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팀장은 "1월에는 미국의 금융개혁 추진과 중국의 긴축 우려,4월엔 남유럽 재정위기가 발목을 잡았지만 해외 악재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고 진단했다. 특히 "작년 5월 미국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가 끝나자 뉴욕 증시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무난한 유럽 은행들의 스트레스테스트 결과가 박스권 돌파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적 개선이 지속되면서 유가증권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월 10.1배,4월 9.6배에서 지금은 8.9배까지 낮아진 점도 추가 상승을 바라보는 근거다. 동일한 지수대지만 기업들의 이익을 감안해 보면 현재 주가 수준이 더 싸다는 뜻이다.

이런 분석을 근거로 일부 전문가들은 1800대 중반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상승장에선 조정 조짐이 있을 때마다 개인들의 '스마트머니'가 대거 유입돼 재차 반등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확실히 이전 두 차례보다 상승에너지가 강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예전에는 박스권 상단에서 악재가 불거지며 불과 2~3주 만에 200포인트가량 급락했지만 이번엔 한 달 넘게 끈질긴 돌파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 1750에 근접한 뒤 글로벌 재정지출 둔화 우려로 100포인트 가까이 밀렸지만 1~2주 만에 급락을 수습하고 재반등해 연중 최고치에 오른 데 대해 후한 평가가 많다.

물론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권양일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더딘 고용 회복과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최근 높아지는 점은 향후 글로벌 증시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