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語 탄압 말라" 2000여명 거리 시위

亞게임 앞두고 TV서 사용금지
"광둥문화 말살정책" 반발 거세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가 이 지역 TV의 광둥어 방송 프로그램을 중단키로 한 것에 대해 시민들이 거리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시민들의 집단적 반발이 인터넷을 통해 조직화됐고,다원주의의 인정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명보 등 홍콩 언론들은 지난 25일 광저우 번화가인 장난시루에서 시민 2000여명이 '광둥어를 지키자'는 구호와 광둥어로 된 노래를 부르며 두 시간 넘게 집회를 가졌다고 보도했다. 광저우시 정치자문기구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지커광이 오는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광저우TV의 광둥어 프로그램을 푸퉁화(중국 표준어)로 전환하자고 제의하면서 이번 시위는 촉발됐다. 집회에 참석한 자오씨(21)는 "TV프로그램까지 광둥어를 푸퉁화로 바꾸려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시위가 인터넷을 통해 조직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보도했다. 약 2주 전부터 인터넷에는 '광둥어를 지키기 위해 25일 오후 5시30분 장난시루 지하철역 앞에 모이자'는 글들이 게시됐다. 광저우시 경찰 당국은 인터넷 글을 게시한 사람을 체포해 조사하고 언론에 보도하지 말도록 압력을 가했지만 결국 집회를 막는 데 실패했다.

왕양 광둥성 당서기는 "광둥어와 광둥 문화를 지키겠다"며 인터넷을 통한 시위의 확산을 차단하고 나섰다. 광둥어 지키기가 광둥성 사람들의 정체성 확보라는 정치적 아젠다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거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

광둥어는 광둥성과 홍콩 등에서 통용되는 남부지역의 방언으로,사용 인구는 해외 거주 교포들을 합쳐 1억명이 넘는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