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흥화력 5·6호기 '韓·日 수주전'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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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억원대 '대형 발전설비' 이번주 재입찰 공고5000억원 규모 영흥화력 5 · 6호기의 주기기 수주를 놓고 두산중공업과 미쓰비시 등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 재격돌한다. 한국의 800㎿급 이상 대형 발전설비 시장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과 지난 40여년간 지켜온 안방시장을 고수하려는 두산중공업 간 맞대결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두산중공업·미쓰비시·히타치 등 재격돌 '관심'
2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남동발전은 이번 주 중 영흥화력 5 · 6호기의 보일러 및 터빈 등 주기기 경쟁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5 · 6호기의 발전설비 용량은 870㎿급 2기다. 2조원이 넘는 총 사업비 가운데 주기기 사업금액은 2개 호기를 합쳐 보일러가 3500여억원,터빈발전기가 15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5000억원대 영흥화력 5 · 6호기 재입찰
영흥화력 5 · 6호기는 지난 3월 입찰을 실시했다가 참여 업체들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탓에 유찰됐다.
당시 입찰에는 보일러 부문에서 두산중공업 BHI(범양중공업) 미쓰비시중공업이,터빈 부문에선 두산중공업 히타치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재입찰에도 이변이 없는 한 이들 업체가 다시 참여할 것으로 남동발전 측은 보고 있다.
이번 영흥화력 5 · 6호기 입찰의 관전포인트는 발전 설비시장 '한 · 일전'의 2라운드라는 점이다. 이달 초 미쓰비시와 히타치 중심의 일본 컨소시엄이 주기기 수주를 싹쓸이한 당진화력 9 · 10호기(1000㎿급) 이후 첫 발전설비 입찰이다. 일본 업체들은 당진화력 9 · 10호기 입찰 경쟁에서 1000㎿급 발전 설비 설치 및 운영 경험이 없는 두산중공업을 제치고 보일러와 터빈 부문에서 6000억원대 규모의 수주에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1996년 국내 발전설비 시장이 해외 업체에 개방된 이후 일본 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입찰에 참여했지만 두산중공업의 원가경쟁력에 밀려 들러리 신세에 불과했었다"며 "그러나 일본 업체들이 당진화력 9 · 10호기에서 대형 발전설비 분야의 기술력 우위를 인정받은 뒤 본격적인 한 · 일전이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예회복 노리는 두산중공업
2004년 입찰이 진행된 영흥화력 3 · 4호기(870㎿급) 입찰 승부에선 두산중공업과 일본 업체들이 무승부를 기록했다. 당시 두산중공업은 미쓰비시를 누르고 보일러 부문을 수주했고,히타치는 두산중공업을 제치고 터빈 부문을 각각 따냈다. 히타치는 지난 3월 영흥화력 5 · 6호기 1차 입찰 과정에서 3 · 4호기의 터빈 설치 경험을 앞세워 평가 우위를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당진화력 9 · 10호기 사업자 선정에서 일본 업체에 일격을 당한 두산중공업은 이번엔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500㎿급 중 · 소형 발전설비 못지 않게 800㎿대 급 발전설비에서도 충분한 기술 노하우와 운영 실적을 갖춘 만큼 원가 측면에서 일본 업체보다 유리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800㎿대 발전 설비에선 일본 업체들과 비교해 기술 수준이 대등하거나 오히려 뛰어나다"며 "영흥화력 5 · 6호기 수주를 통해 국내는 물론 해외 발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키워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