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표현명 사장 "통신과 자동차의 융합…IT 컨버전스 리더 될 것"

"지난해 말 KT가 국내에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휴대폰 시장의 갈라파고스 현상'을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

KT의 소비자 부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표현명 개인고객부문장(사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아이폰 도입 효과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KT가 아이폰을 도입하기 이전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스마트폰과는 동떨어져 국산 피처폰(일반 휴대폰)에만 안주하는 '갈라파고스 신드롬'을 보여왔다. 아이폰 출시 이후 삼성전자,LG전자뿐 아니라 노키아,리서치인모션(RIM),모토로라 등 글로벌 회사들까지 국내 시장에서 스마트폰을 쏟아내면서 시장의 질적 도약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표 사장은 "KT의 스마트폰 주도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며 "아이폰을 비롯한 다양한 스마트폰 가입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ARPU(가입자당 평균 매출액)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KT는 앞으로 '와이브로(초고속 무선인터넷) 조선소'와 같은 국내 성공 모델을 해외에 전략적으로 수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이브로 조선소는 KT가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 와이브로망을 구축해 직원들의 작업 효율을 크게 높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KT는 중소기업과의 상생 경영을 통해 회사를 키워 나간다는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협력사를 쥐어 짜서 비용을 절감하면 결국은 유지 · 보수 비용의 증가,품질 저하,중소기업 기술 기반의 약화를 초래합니다. 최근의 통신 경쟁은 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을 둘러싼 에코시스템(생태계) 경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서비스나 제품 경쟁에서 협력사의 경쟁력이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죠.KT는 이를 위해 최근 '동반 성장을 위한 3불(不) 정책'을 선언했습니다. 중소기업의 자원이 KT 때문에 낭비되지 않게 하고,중소기업의 기술 개발 아이디어를 가로채지 않으며,중소기업과 경쟁 환경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우리는 3불정책을 통해 상생을 넘어 서로 '윈-윈'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켜 나갈 것입니다. "▼트위터를 열심히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소한 질문에도 친절히 응대하시더군요.

"통신이라는 업종의 특성은 커뮤니케이션이 매우 중요합니다. KT '올레 경영'의 4대 지향점 중 하나가 고객과의 소통이죠.트위터는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트위터에서 소비자의 의견을 접하면서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정교하게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트위터를 통해 고객이 제시한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데이터 정액제 가입자들이 다 쓰지 못한 데이터를 다음 달에 합산해 쓸 수 있게 해준 '데이터 이월' 서비스 등이 트위터를 통해 도입한 것입니다. 제가 직접 고객과 소통하면서 부서 전체의 업무 처리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

▼한때 5만원에 육박했던 주가가 4만원 초반에서 횡보하고 있습니다. "KT의 주가는 현저히 저평가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주가 약세는 외국인 한도 소진에 따른 추가 매수 여력 부족,펀드 환매 등에 따른 국내 기관의 매도 등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수급 측면의 문제라는 얘기죠.KT는 지난해 KTF를 흡수 합병한 이후 무선 데이터 활성화 등을 위해 아이폰을 도입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 왔습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지난 1분기엔 무선 데이터 부문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2분기에도 이어졌고,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주도권을 이어간다면 KT의 주가는 재평가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KT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와 배당 성향 등을 감안하면 지금 주가는 매우 저평가돼 있는 셈이죠."

▼KT의 중장기 비전은 무엇입니까.

"글로벌 ICT(정보통신기술) 컨버전스(융 · 복합) 리더가 되겠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무선인터넷 주도,컨버전스 시대 선도,공공 · 기업 경쟁력 강화,글로벌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KT는 전국적으로 강력한 유 · 무선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덕분에 무선인터넷 시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할 데이터 트래픽(송 · 수신량)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요금제도 출시할 것이며 아이폰 넥서스원 등과 같은 인기 스마트폰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단말기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인터넷TV(IPTV),위성방송 사업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ICT 분야 외에 다른 산업과의 융합도 더욱 강화할 것입니다. "▼아이폰4와 아이패드 출시 시기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아이폰4는 기존 아이폰 3GS와는 또 다른 신규 단말기입니다. KT는 아이폰4가 한국 통신시장에 상충되는 점은 없는지,네트워크 연동에는 문제가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테스트하고 있어 출시가 다소 늦어지고 있습니다. 애플의 엔지니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테스트를 진행 중이고,1~2개월 내에 완료될 것입니다. 아이패드 도입과 관련해선 확정한 것이 없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바를 잘 알고 있습니다. 도입 시기나 판매 방식 등을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아이패드 외에도 다양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태블릿PC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 안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태블릿 3종,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7 OS를 탑재한 태블릿 1종을 출시할 계획입니다. 소비자들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내놓을 것입니다. "

▼합병 1년이 지났는데 성과와 향후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확실한 것은 한국 IT 산업 도약을 위한 '컨버전스'라는 새로운 무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유 · 무선 통합 휴대폰인 'FMC폰',IPTV와 위성방송을 묶은 '쿡TV 스카이라이프',와이브로(Wibro) 와이파이(Wi-Fi) WCDMA(광대역 부호분할다중접속) 등 3대 무선통신을 쓸 수 있는 3W폰(쇼옴니아)과 같은 새로운 기기와 서비스를 KT가 내놨습니다. 스마트폰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데이터 요금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KT의 실적도 무선 데이터를 중심으로 점차 개선되고 있습니다. KT는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날이 곧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준비하며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