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클러스터'가 뛴다] (1) 산학연 '연합전선'…한곳서 개발한 기술, 100여개 업체와 공유
입력
수정
(1) '미클'은 기업경쟁력의 핵현대는 기술 융합의 시대다. 자체 기술만으로 승부를 걸던 시대는 지나갔다. 기계와 전기 전자 나노 바이오 제어기술이 결합돼 첨단 제품이 속속 탄생한다.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업종별 모임…정보교류 빨라
과제 선정서 자금지원까지 산단공 매니저가 총괄
전국에 미니클러스터 81개
남동공단 '친환경나노' 에만 화장품·화학업체 80여개 가입
하지만 개별 기업이 이런 융합기술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어느 업체의 어떤 기술과 결합시켜 무엇을 만들어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때로는 자신의 일에 몰입돼 밖을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공단 내 옆 회사에서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면 이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결합시키고 장(場)을 만들어줄 것인가. 미니클러스터(미클)는 그래서 탄생했다. ◆왜 미니클러스터인가
원래 산업클러스터는 비슷한 업종이면서도 다른 기능을 하는 기업과 기관들이 일정 지역에 모여 있는 것을 말한다. 대학과 연구소 · 기업 · 기관 등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는 곳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핀란드의 에스푸시,스웨덴의 시스타 등이 대표적인 곳으로 꼽힌다.
한국은 1978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대덕연구단지가 대표적이며 21세기 들어 국가정책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특히 2005년에 클러스터 법안(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며 본격화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산업단지공단은 클러스터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미니클러스터 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산업단지 단위로 이뤄지는 광역클러스터 못지않게 업종별 · 소그룹별로 모이는 게 기술 개발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미니클러스터 중심으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예컨대 남동산업단지의 경우 기계 전기 · 전자 자동차부품 업종 등이 혼재돼 있다. 이들을 △산업기계부품 △생산기반부품 △자동차모듈 △정보융합부품 △친환경나노 등 5개의 미니클러스터로 엮어 지원하고 있다.
◆81개 클러스터에 4607개 기업 참여
각각의 미니클러스터는 약 50~100개의 업체로 구성된다. 또 이들 밑에는 소그룹들이 있다. 이들의 모임이 주기적으로 이어진다. 산업단지공단의 클러스터 매니저가 각각의 클러스터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 모임을 주선하고 공통 과제나 개별 과제를 찾아낸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연구소 컨설턴트 등을 연결시켜준다.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자금이 필요할 경우 산단공 본부에서 지원한다. 총체적인 지원에 나서는 셈이다. 예컨대 남동산업단지의 친환경나노 미니클러스터의 경우 화장품과 화학업체 80개가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이 미니클러스터 매니저인 장필수 산단공 경인지역본부 과장은 "전국에는 화장품업체가 약 350개에 달하는데 이 중 3분의 1인 120개 업체가 남동공단에 모여 있다"며 "이들이 기술세미나 등을 통해 공통 과제나 개별 과제를 발굴한 뒤 해결에 나설 경우 국제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미니클러스터는 수도권 17개,충청권 7개,대구 · 경북권 15개,동남권 18개,호남권 18개,강원권 6개 등 총 81개가 있다. 여기에 가입해 활동하는 기업은 4607개에 이른다. 또 대학교수 790명,연구원 246명,지원 기관 관계자 583명 등 총 6223명이 활동하고 있다.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나
전국의 산업단지는 약 800곳에 이른다. 이들 단지는 생산 수출 고용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지금 생산하는 제품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업체 간 정보 교류와 기술 협력이 클러스터 활동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산업단지공단의 자금 지원이 뒷받침되면서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남동공단의 연구 · 개발형 기업인 바이오에프디엔씨(대표 모상현 정대현)는 최근 세계적인 화장품업체인 로레알과 '항노화 신물질'에 대한 원료효능 평가계약을 맺었다. 이 물질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선 자금이 필요했다. 고심하던 모상현 대표(35)는 산업단지공단에 지난 5월 미니클러스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식물 줄기세포 연구 · 개발 자금을 신청했고 6월에 승인을 받아 연구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지원 자금 1억500만원과 자체 자금 7000만원을 합쳐 백기엽 충북대 교수팀과 '캘러스(callus:미분화세포덩어리)' 개발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내년 5월께 캘러스 개발을 마치고 수출하는 것은 물론 남동공단 내 100여개에 달하는 화장품업체에 원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한 개의 기업이 대학과 협력해 제품을 개발한 뒤 이 성과를 단지 내 100여개 업체와 공유하는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 밖에 오성전자 금오공대 구미전자정보기술원 등이 공동으로 참여한 '지능형 컨버전스 기반의 상황인식 보안시스템 플랫폼'과 진양ENG와 현대엔진 목포해양대 등이 참여한 '이중 연료엔진용 로커암 어셈블리' 등이 상품화됐거나 개발 중이다.
박봉규 산단공 이사장은 "지식기반 경제시대에는 연구 · 개발 기능을 갖춘 미래형 산업단지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미니클러스터 활동은 바로 이런 미래형 산업단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 간 네트워크나 산 · 학 · 연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동 · 시화공단=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