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장 "보금자리 주택 협조 못한다"

치수·교통·환경문제 선결 요구
양기대 경기 광명시장이 중앙정부가 시(市)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할 경우 중대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양 시장은 27일 광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토해양부가 치수,안전,교통,환경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고 광명 · 시흥 보금자리주택을 건설하려 한다"며 "정부가 국책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시의 의견을 무시한 채 보금자리주택 건설을 추진할 경우 사업에 협조하지 않는 등 '중대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양 시장은 "보금자리지구를 관통하는 목감천의 홍수 대책이 완벽하지 않아 광명동과 서울 개봉동 등 하류지역 주민 25만여명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교통망도 신규 도로 건설 없이 기존 도로를 이용토록 해 교통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치수 및 교통 대책과 함께 자족시설용지,유통물류단지,첨단산업단지,대학,종합병원,종합운동장 등을 지구계획에 반영해달라"고 건의했다. 그는 또 "국토부의 계획대로 보금자리주택 단지 안에 경전철이 건설되면 도시균형 발전을 저해하게 된다"며 지하로 건설해줄 것을 요구했다.

양 시장은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건축허가,공동주택(민간) 입주자 모집 승인,공장설립 승인,상 · 하수도 기본계획 수립 및 승인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을 행사해 정부의 사업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국토부는 지난 3월 광명 · 시흥시 일대 1736만7000여㎡를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해 2020년까지 9만5000여세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광명시 관계자는 "그동안 공문을 보내는 등 국토부와 9차례 협의를 가졌지만 시의 의견 반영이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협의가 진행 중인데 갑작스레 광명시 측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혹스럽다"고 반응했다. 국토부는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오는 10월께 지구계획 승인을 내준다는 방침이었다. 이 관계자는 "인근 집값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보금자리사업의 특성상 기반시설 구축비용을 추가하기 어렵다"며 "지자체의 의견도 반영해야겠지만 요구가 과도한 부분도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경기 성남시가 국토부 및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상대로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선언한 데 이어 광명시도 국토부의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제동을 걸면서 민선 5기 출범 이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이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정태웅/김동민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