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미국은 지금 최악의 실업난

지금의 경기침체는 얼마나 심각한 수준일까. 미국 노동통계청(BLS)이 최근 발표한 지난달 실업률은 9.5%.그러나 실제 고용상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노동통계청은 실업률을 '경제활동인구에서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로 정의한다. 만약 10명의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한 명이 실직하면 실업률은 10%가 된다. 노동통계청은 실업자를 '이전 4주간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았지만 실업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일자리가 있다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실업 상태에 있더라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구직 단념자'로 분류돼 실업자는 물론 경제활동인구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실직자들이 경제 전망을 비관,구직활동을 그만둔다면 실업률은 떨어진다. 반대로 미래 고용에 대해 희망을 갖고 직업을 찾아 나서는 사람이 늘어나면 실업률도 오르게 되는 것이다.
고용수준을 측정하는 이런 방법은 명백히 결함을 갖고 있다. 실업상태에 있는 개인의 단순한 선택이 실업률을 측정하는 변수인 경제활동인구를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정 기간 동안의 평균 취업자 증가율과 비교했을 때 실제 취업자 수가 증가 혹은 감소했는지에 근거해 실업률을 판단하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할 수 있다. 이런 기준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1960년 이래 최악의 실업문제에 직면해 있다.

미국의 비농업부문 취업자 수는 1950년 이래 꾸준히 증가해오다 2007년 정점에 달했다.1958~2007년에 취업자 수는 4350만개에서 1억1540만개로 늘어났다. 매년 평균 2%씩 증가한 것이다.

50년간의 평균 취업자 증가율인 2%와 매년 실제 취업자 증가율을 비교해 보면 믿기 힘든 결과가 나온다. 1984년부터 2008년까지 약 25년간 실제 취업자 증가율은 최소 -1%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평균 취업자 증가율과 3%포인트 오차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경기침체기였던 1975년과 1982~1983년엔 이 지표가 6%포인트대로 벌어졌다. 이 기간 동안 실업률은 9%(1974년)와 10.8%(1982년)까지 치솟았다. 최근 미국의 실업률도 9%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평균 취업자 증가율과 실제 취업자 증가율 간의 차이도 10%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지난 50년 동안의 어느해보다 큰 격차다. 즉, 지금 상황이 역대 최고의 실업률을 기록했던 1980년대 초보다 좋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종종 정부지출을 늘려 또 다른 대공황을 막아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부지출이 증가한 시기인 1920년대 말 대공황은 발생하지 않았어야 한다. 또 정부지출이 급감했던 2차세계 대전 이후 미국 경제는 무너졌을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지적하듯이,개인 투자와 고용은 경제 · 정치적 불확실성에 영향을 받는다. 그런 불확실성은 전례가 없는 정부 개입과 지나친 정부 지출 증가 등으로 발생한다. 이것은 대공황 때 계속됐던 정책들로 지금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리=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폴 고덱 < 컴퍼스렉세콘 이코노미스트 >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이 글은 미국의 경제 자문업체인 '컴퍼스 렉세콘'의 폴 고덱 이코노미스트가 "실업문제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하다(Jobless Numbers Are Worse Than You Think)"는 제목으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