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서민정책 방향] 내수 살려야 하는데…마땅한 정책은 없고

정책의 딜레마
'수출 호황과 단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내수경기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놓고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체감경기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출에 비해 부진한 내수 업종을 살려야 하는데,단기간에 이를 달성할 수 있는 정책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손쉽게 동원할 수 있는 내수 진작책으로는 감세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실시했던 노후차 교체 지원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재정 건전성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데다 감세의 혜택이 부유층에 집중될 수 있어 감세 정책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를 늘려 이들의 소비를 유도하는 방안도 있지만 이 역시 재정 부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자격사 제도를 비롯한 서비스업 규제 완화도 내수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이다. 문제는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과 관계부처 간 의견 대립으로 정책의 추진 동력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줄 수 있는 정책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소비 여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집값을 하향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면 거액의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한 서민과 중산층이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자산 가격 하락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역자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과 같은 거래 침체가 장기화되면 건설사를 비롯한 관련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환율 정책에도 일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당국은 올 들어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자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로 경기 회복세가 꺾일 것을 우려,환율 하락 속도를 늦추는 방향으로 시장에 개입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느 정도의 환율 하락은 용인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이 낮아지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중소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줄고 소비자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고환율이 수출기업,그 중에서도 대기업들의 실적을 높이는 결과만 낳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는 점도 정부로서는 환율 정책에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내수 활성화에 초점을 둔 나머지 경제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정책을 무리하게 동원하기보다는 대기업과 수출 부문의 호황이 자연스럽게 중소기업과 내수 부문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문 간 연관 효과가 과거보다 약해진 것이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대기업의 실적 향상이 중소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