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 재·보선] '부자당' 이미지 버린 한나라, 민주당 '자충수'에 압승

공천 잡음·묻지마 단일화
'오만해진 민주'에 민심 등 돌려
與, 지역 일꾼론으로 표심 잡아

국민은 오만한 민주당 대신 '부자당' 이미지를 버리고 친서민 행보에 나선 한나라당을 택했다. 한나라당의 압승,민주당의 참패로 끝난 게 이를 뒷받침한다. 6 · 2 지방선거 때와는 180도 달라진 양상이다. 야당이 선거 때마다 들고 나온 '정권심판론'이 아닌 친서민을 앞세운 집권 여당의 '지역일꾼 · 안정론'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지방선거 대승에 따른 견제론이 발동했다는 해석도 내놨다. 특히 지방선거 이후 지방권력을 등에 업은 민주당의 오만에 대한 심판이라는 해석이 많다.

◆민주당 공천 갈등으로 자멸조해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이 지방선거 후 야권 쏠림에 대한 역견제심리가 생겼다"며 "모든 후보가 낮은 자세로 겸허하게 엎드려 흘린 땀의 진정성을 국민들이 이해해주신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선거 승리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좋은 인물,능력있는 지역 일꾼을 공천한 것이 득표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선거 초반 한나라당의 승리를 예상하는 분석은 많지 않았다. 선거가 치러진 전국 8개 선거구 중 당초 한나라당의 지역구는 강원 원주 한 곳에 불과했고 이곳 또한 6 · 2 지방선거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전망이 밝지 않았다. 하지만 선거 중반 이후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이 공천 과정에서 계파 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며 공천 잡음이 생기면서 선거 판세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한나라당이 일제히 친서민 행보에 나선 것이 승리의 중요한 요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여권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주문하는 한편 국정 기조를 '서민 살리기'에 올인할 태세다.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함에 따라 이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 정책 방향을 친서민에 방점을 두고 한층 탄력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4대강 전도사로 불렸던 이재오 당선자의 정계 복귀로 여권 주류가 강력한 구심점을 얻은 만큼 4대강 사업 등 핵심 국정과제 추진에도 다시 한번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여당이 친서민으로 정책 기조를 잡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발전 등에 방점을 둔 것을 유권자가 평가했다고 본다"면서 "4대강 사업과 같은 국책 과제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끈질기게 설득하는 작업을 거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이번 선거 승리를 계기로 포퓰리즘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친서민 기조로 가는 것은 맞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립 개념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 개각폭 축소하나이 대통령은 다음 주 휴가기간 중 개각과 8 · 15 경축사에 담길 내용 등에 대한 막바지 구상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특히 지방선거 참패로 느슨해진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압승으로 개각 시기와 정운찬 총리 교체 여부를 놓고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정 총리는 지금까지 교체에 무게 중심이 쏠렸는데 선거 승리로 인해 유동적으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각폭이 작아질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이준혁/홍영식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