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HD방송센터가 '무용지물' 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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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아날로그 가입자 81%…고화질 가입비중 턱없이 낮아홈쇼핑업체들이 고화질(HD) 방송 시설로 바꾸고 있지만 막상 케이블TV에서 HD로 방영되지 못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케이블TV 가입자 중 HD 가입자 비중이 낮은 데다 주파수 대역에 한계가 있고 투자비용이 막대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파수 채널도 한계…'투자비 부담' SO들 선뜻 못나서
롯데홈쇼핑은 지난 4월 서울 양평동 신사옥에 300억원 이상을 투입해 촬영장비부터 편집 · 송출 장비 등을 모두 HD 시스템으로 바꿔 국내 최초 풀HD 방송센터를 갖췄다. NS농수산홈쇼핑도 경기도 성남 판교 신사옥에 풀HD 방송센터를 마련해 이달 초부터 방송을 시작했다. GS샵은 최근 약 36억원을 들여 방송장비 일부를 새 시스템으로 전환한 데 이어 내년까지 전 시스템을 HD로 바꿀 계획이다. CJ오쇼핑과 현대홈쇼핑도 5개 중 2개 스튜디오에 새 시스템을 적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이나 의류는 색상 차이를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품목이어서 HD 방송으로 소개하면 이들 제품의 반품률이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화질로 프로그램을 제작한다고 해도 HD로 방송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홈쇼핑은 아날로그 기반인 케이블TV(사업자는 전국 100여개 SO)와 디지털 기반인 IP(인터넷 프로토콜)TV(SK브로드밴드,KT 쿡TV,LG 마이TV) 및 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을 통해 방송을 송출한다. 이 가운데 IPTV 3개 채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표준화질(SD) 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송출하고 있다. 홈쇼핑업체 관계자는 "HD에서 SD로 급을 낮추면 자막의 화질이 급격히 떨어지고 두 시스템으로 이중 송출하게 되면 유지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SO업계는 고화질 방송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더뎌지는 이유에 대해 주파수의 한계와 자금력 부족을 꼽는다. 케이블TV는 한정된 주파수 내에서 채널을 배정해야 하는데,HD 채널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은 SD 채널의 2배 수준에 달하기 때문이다. HD 방식을 늘리려면 어쩔 수 없이 SD 채널을 줄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는 설명이다. 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케이블TV의 아날로그 가입자가 올 3월 말 기준 1241만명으로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해 아날로그 채널을 없애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된 주파수에서 채널을 나누다보니 시청률이 높은 영화나 드라마,공공성을 띠는 보도채널 등에 우선적으로 HD 채널을 배정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위성방송의 HD 채널 데이터 용량은 SD 채널의 2배 수준에 이른다.
SO들의 자금력이 부족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5년 전 각 가정에 무료로 설치해준 SD용 셋톱박스 설치 비용은 대당 18만원 선이다. 이를 HD용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업체들이 각 가정에 셋톱박스를 새로 설치해줘야 한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기반이 협소한 SO들의 입장에선 셋톱박스 구입 단가가 30만원 정도에 이르는 데다 디지털 미디어센터를 구축하는 데도 엄청난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