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디플레이션 논쟁 재연

"저금리 정책, 경기회복에 한계"
블러드 연방銀 총재 논쟁 불지펴…월가 금융사들은 엇갈린 시각
제임스 블러드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29일 디플레이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월가에서 다시 디플레이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블러드 총재는 이날 공개한 보고서를 통해 "제로 수준의 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미국 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일본식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을 피하기 위해선 미 통화당국이 국채 등 장기채를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론적으로는 초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는 통화당국의 의지가 경제 주체로 하여금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게 만들어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내지만 실제로는 낮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유발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초저금리 약속이 '양날의 칼'이 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따져볼 때가 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지난달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 사이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과 시중에 풀린 자금 때문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다는 견해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 금융사 이코노미스트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블러드 총재의 디플레이션 가능성 지적에 동조하는 입장이다. 얀 하지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정과 통화의 확장정책으로 인해 상당수 시장 참여자들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지만 이는 막대한 생산갭(잠재성장률과 실질성장률 간 차이)을 간과한 것"이라며 "디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통화당국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모기지 증권 등 장기채 매입과 함께 인플레이션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반해 이탄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정책적으로 대응해야 할 만큼 디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시장 참여자들이 FRB의 정책 대응 능력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