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장관 “현금 수십조 있는 대기업, 중기에 어음결제”

“일부 대기업이 대기업 전체 명예 깎아먹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경기가 좋아지면서 대기업들이 현금성 자산을 몇십십조씩 가지고 있으면서 납품회사들에 현금 주지 않고 어음을 준다”며 대기업의 결제 관행을 비판했다.윤 장관은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2010 제주포럼’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윤 장관은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 자료를 들어 대기업들의 납품단가 문제와 결제관행 등을 지적했다.윤 장관은 “대기업들이 현금 자산을 가지고 있으면서 납품업체들에게 현금을 주지 않고 어음을 준다.일주일짜리를 줄 것을 한달짜리를 준다”고 비난했다.윤 장관은 또 “중소기업에 발주를 하려면 제대로 발주하라”며 “서면으로 계약해야 하는데 구두로 발주해 나중에 나몰라라 하면 어떻게 되는가”라고 질타했다.윤 장관은 “일부 대기업들이 대기업 전체의 명예를 깎아먹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면 대기업들이 자기 것인냥 인도받고, 중소기업들의 인력을 대기업들이 스카웃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납품단가 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대기업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장관은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이 올랐을 때 대기업에서 중소기업들에게 반영을 제대로 해줬다고 답한 곳이 51%”였다며 “나머지 50%의 정도 기업들이 원자재 상승분을 단가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윤 장관은 “2008년엔 (대기업의) 80.5%가 반영해줬는데 경제가 더 좋은 지난해에 비율이 낮았다”며 “이런 면에서 우리 대기업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계열화를 이루고 있는 기업”이라며 “중소기업과의 상호 공존관계에 실패한 사례가 도요타이며, 제2, 제3의 도요타 사태가 오지 않으리라는 담보가 없다”며 상생협력을 당부했다.


한편 윤 장관은 부동산 정책 등과 관련해 부동산 규제 완화의 어려움을 토로했다.그는 “부동산 시장이 나름대로 안정될 수 있었던 것은 선제적인 정책(DTI 등) 때문 이었지만 정부가 말로만 친서민 한다는 반론이 있다”며 “경제정책 운용하는 입장에서 균형점을 잡아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