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분양권 시장 갈수록 찬바람

입주폭탄·미분양 겹쳐
고양·용인 계약자 매물 쏟아내
한달새 최고 4000만원 하락도
경기도 용인시 성복동 A아파트 194㎡.다음 달 입주를 앞두고 집을 처분하려는 계약자들이 늘면서 분양권 값은 지난달 8억5800만원에서 8억2000만원으로 3800만원 떨어졌다. 분양가 9억1000만원대와 비교하면 9000만원가량 하락했다.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하는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3블록 B아파트 157㎡는 지난달 2000만원 떨어져 마이너스 프리미엄(3500만원)이 됐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

용인 고양 파주 등의 아파트 분양권 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 속에 대규모 물량이 입주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1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분양권 값 하락률은 6월보다 0.05%포인트 더 떨어진 0.12%를 기록했다. 대규모 입주 물량이 몰려 있는 수도권은 하락률이 0.19%였다. 고양시 덕이지구 C아파트 111㎡(분양가 4억6000만원)는 1000만원 내린 4억3500만원 선에도 매물이 쌓이고 있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고양 덕이지구와 식사지구에서만 하반기 11개 단지에 1만1000여채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분양권 가격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며 "165㎡(50평형대) 이상 일부 대형 평형은 분양가보다 10% 저렴한 급급매물이 나와도 매수자를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용인시 신봉동 · 성복동 일대 중대형 평형 분양권도 매수세가 거의 끊겼다. 기존 아파트는 물론 입지가 좋은 광교신도시보다 분양가가 더 높아서다. 대형 평형 분양권은 지난달 2000만~4000만원 떨어졌다. 성복동 K공인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른데다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 대책까지 연기하는 바람에 급매물이 쏟아져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금자리주택 영향으로 광명시의 하락세도 두드러지고 있다. 시세보다 3000만원 싼 분양권이 나와도 거래가 여의치 않다. 11월 입주 예정인 광명시 소하동 D아파트는 서울과 가깝고 중소형 평형 위주여서 수요가 몰려 2000만~3000만원의 프리미엄을 유지했으나 한 달 사이 분양가 수준으로 떨어졌다. 111㎡는 3000만원 내린 3억6000만~3억7000만원,113㎡는 2200만원 내린 3억7000만~3억7500만원 선이다. 김주철 닥터아파트 리서치팀장은 "급매물이 소화되면 이보다 더 낮은 급급매물이 나와 분양권 가격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주택시장 전망이 어두워 분양권 약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