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플라자] 세계가 주목하는 '산림녹화 우등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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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훼손 가속화 …환경재앙 우려최근 인기를 누렸던 3D영화 '아바타'의 줄거리는 원주민의 터전인 원시림이 자원 확보를 노린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하지만 원주민 영웅이 이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영상기법이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우리가 무의식 속에 동경하는 원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에 대한 향수가 다른 소재와 어울려 많은 호응을 받은 것 같다.
산림과학대회 서울총회 기대돼
우리 주변에서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숲을 찾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단지 휴식을 취하거나 관광의 일환으로 찾던 데서 숲의 의미가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숲에서 나온 만큼 목재나 물과 같은 물질을 숲에서 얻는 것 이상으로 우리의 유전자에는 숲에서 위안을 얻고 문명 속에서 잃어버린 정신적 · 육체적 건강을 되찾는 데 필요한 무엇인가가 각인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환경재앙들,지구온난화와 기상재해,생물 다양성 감소의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숲의 파괴다. 숲이 없어지면 숲에 저장된 많은 탄소가 이산화탄소로 바뀌어 대기에 공급돼 지구온난화와 기상재해를 일으킬 수 있다.
생물 다양성의 보고인 열대림의 파괴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산림은 육상생태계에서 가장 많은 생물 종을 보유하고 있는데 식물 종의 75%가 산림에서 발견된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16억 인구가 생계의 상당부분을 산림에 의존하며,개도국 80%의 인구가 과일,채소,의약품 등을 산림에서 해결한다. 따라서 생물 다양성 감소와 지구온난화 같은 환경문제 해결의 핵심과제인 빈곤 해소에 있어 산림의 역할과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과거에는 주로 유럽을 중심으로 온대지역이 집중적으로 훼손됐으나,20세기 이후부터는 열대지역 개도국에서의 훼손이 가장 심각하다. 열대림의 훼손은 이 지역이 생물 다양성의 보고라는 사실에서 더욱 심각성이 크다. 2000~2005년 사이에 산림이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지역이다. 반면 이 기간 동안 동북아시아와 유럽의 숲은 늘어났다. 전 지구적으로 보았을 때 숲이 사라지고 있는 속도는 대단하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5년 사이 매년 130만㏊,즉 우리나라 전체 산림면적의 2배 이상이 사라졌다고 한다. 조림을 하거나 새로 늘어난 산림면적을 제외한 순손실면적은 800만㏊에 달한다. 이렇게 사라진 숲은 주로 경작지나 목축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와 맞물려 바이오오일 가격이 상승하자 사탕수수나 야자수 등을 재배하기 위해 이제까지 식량생산에 사용됐던 경작지가 줄어들었고 산림 전용도 늘어났다. 이로 인해 지구적인 곡물가격 상승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감소와 온실가스 배출 등의 문제도 가져왔다. 숲을 개간하는 경우 나무와 토양의 유기물이 분해해 대기 중으로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식의 무분별한 바이오오일 생산을 위한 재배에 대해 국제적으로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50년 사이 우리나라의 숲은 괄목할 만한 성장과 변화를 가져왔다. 전 세계적으로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과 산림녹화가 시너지를 이루며 성공을 이룬 모범적 사례가 되고 있다. FAO가 우리나라를 '세계 최단기 녹화성공국'이라고 명예로운 호칭을 붙여줄 정도다.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오는 23일부터 110여개국 4300여명의 산림 관련 정부 각료와 전문연구자들이 참가하는 '제23차 세계산림과학대회 서울총회'를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선을 보인다. 환경과 생존의 기반이 되는 숲을 보전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하도록 전 세계인들이 과학적 지식을 결집해야 할 때다.
최완용 < 국립산림과학원장 / 세계산림과학대회 조직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