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클러스터'가 뛴다] (2) 80개 화학업체, 공동 R&Dㆍ마케팅…'제로 매출' 회사가 1년새 11억 올려

(2) 남동공단 '친환경 나노'

아쿠아엠, 의료용 화장품 제안
대봉엘에스 개발 노하우 더해
6개월 간 협업 신제품 개발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아쿠아엠 전승윤 사장(43)은 작년 4월만 생각하면 아직도 눈앞이 캄캄해진다. 의료용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에 투자했다가 원래 경영자가 야반도주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경영을 맡게 된 것.화장품을 만들어본 경험이나 기술이 전혀 없던 터라 회사를 어떻게 꾸려야 할지 막막했다. 그러던 차에 한국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이 운영하는 '친환경나노 미니클러스터'를 알게됐다. 전 사장은 모임에서 화장품 · 제약 원재료를 만드는 대봉엘에스 박진오 사장을 만나 협업을 제안했다. 자신이 구상하고 있던 의료용 화장품에 대봉엘에스가 지닌 재료 개발 노하우를 더하면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박 사장은 전 사장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아쿠아엠은 대봉엘에스와의 6개월간 협업 끝에 작년 10월 마침내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두 회사의 협업 성과는 놀라웠다. 2008년 제로(0)였던 매출이 작년 11억원으로 늘어난 것.대봉엘에스도 원재료를 아쿠아엠에 공급하면서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전 사장은 "미니클러스터가 없었다면 회사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산단공에서 1억원을 지원받아 같은 미니클러스터에서 활동하는 건양대,혼콘코리아 등과 '엽록소를 이용한 광과민제(피부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동공단 내 '친환경나노 미니클러스터'는 이처럼 중소기업들의 협업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08년 9월에 만들어진 이 미니클러스터는 남동공단에 입주해 있는 정밀화학,바이오,의약품,화장품 분야의 80여개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친환경나노 미니클러스터'를 통한 협업 사례는 다양하다. 대봉엘에스는 지난해 인하대와 공동으로 고혈압 치료제 복제약을 개발했다. 산단공에서 1억2000만원을 지원받아 대봉엘에스가 제조공정 개발을,인하대가 성능실험을 맡는 협업을 실시한 것.김용길 대봉엘에스 연구소장은 "해외 제약사가 갖고 있는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2013년 만료되면 약 7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망화장품도 을지대 산학협력단과 협업을 통해 '산화제가 필요 없는 스트레이트 파마약'을 내놨다. 이 제품은 파마약의 성분 중 모발을 손상시키는 산화제 대신 산화효소를 넣어 모발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소망화장품은 이 제품 개발로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2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밖에 안느와 바이오에프디엔씨 등 화장품 업체들도 미니클러스터를 통해 화장품을 공동 개발하고 마케팅까지 함께 하는 협력을 추진 중이다. 심명주 산단공 경인지역본부장은 "앞으로 플라스틱 정밀화학 화장품 등으로 업종을 세분화하는 '서브 미니클러스터'를 만들어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동공단(인천)=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