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 1170원대로 하락…달러약세 지속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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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흑자·신용등급 상향원 · 달러 환율이 1170원대로 떨어지면서 환율이 하락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친(親)서민 정책의 핵심인 물가 관리를 위해 환율 하락(원화 강세)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외환당국이 급격한 환율 변동을 막기 위한 작업은 계속할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아 환율 방향을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親서민' 물가 관리 영향도
1150원까지 떨어질 가능성
◆겹호재로 10일 새 30원 하락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에 비해 10원20전 하락한 1172원50전에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 6월21일(1172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환율은 역외투자자들이 대거 달러 매물을 내놓아 급락세로 바뀌었다. 1171원50전까지 저점을 낮춘 뒤 117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외환시장 딜러들은 7월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56억달러를 웃돌았다는 발표에다 무디스가 신용등급 범위를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이 겹친 결과라고 전했다. 지난 1일 발표된 7월 무역수지는 56억7400만달러 흑자로 집계돼 올해 월간 기준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7월까지 누적 무역흑자는 233억1500만달러로 정부의 연간 목표치 230만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외국인 주식 순매수도 영향
외국인이 한국 주식 매수를 위해 달러를 계속 원화로 바꾸고 있는 것도 환율을 끌어내리는 데 한몫했다. 코스피지수는 1% 이상 오르며 2년여 만에 처음으로 1780선을 돌파했고 외국인 순매수 행진이 이어졌다. 시장 참가자는 "수출업체의 이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온 데다 국내외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달러화가 유로화 및 호주달러 등에 약세를 보이면서 역내외 참가자들의 달러 매도를 자극했다"고 설명했다.
장중 전 저점(1172원)이 뚫리자 외환당국이 달러 매수 개입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에 비해 환율이 높다는 인식이 퍼져 하락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환율은 지난달 20일 1204원에서 이날까지 30원 이상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 6월21일의 1172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또 6월10일의 장중 고가 1271원50전에 비해 100원 가까이 떨어졌다.
◆정부 환율정책 바뀌었나
전문가들은 환율이 일시적으로 1150원 수준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한국의 경제상황이 미국 등 다른 국가보다 좋아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 은행 딜러는 여기에다 "정부의 친서민 정책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하반기 주요 정책과제가 물가 안정인데 이를 위해선 이전처럼 고환율정책을 유지하기가 곤란하다는 진단이다.
한 시장 참가자는 "이날 외환당국이 달러매수 개입에 나섰지만 강도는 이전에 비하면 약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외환시장 일각에선 지난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고환율정책의 혜택이 대기업에만 돌아가는 것에 대해 질타가 있었다는 점을 비중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당국 관계자는 "환율과 관련해선 급격한 변동은 곤란하다는 게 당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청와대의 친서민 정책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도 "향후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당국의 개입이 꾸준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돼 1150원 아래까지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진우 NH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주까지 하락세가 이어져 1160원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지만 다음 주부터는 글로벌 경기둔화,유럽 은행 문제 등의 악재로 다시 1190원 근처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