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UP '코리아 생산기술'] (3) 휴대폰 배터리 설계ㆍ생산, 경쟁사는 1년…삼성SDI는 5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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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세계 최고의 스피드"반년 후에는 무조건 출시해야 합니다.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
아메바 TF의 위력
제품마다 규격다른 2차전지, 유연한 조직으로 주문 맞춰‥시장점유율 세계 1위 눈앞
'빨리 빨리' 조선
현대重 'T자형 도크', 삼성重 '메가블록 공법'‥납기일 한달이상 앞당겨
지난해 말 삼성SDI 천안 사업장 회의실.글로벌 메이저 휴대폰업체 구매담당 간부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손에는 새 휴대폰에 들어갈 2차전지의 모양과 크기 등 스펙이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6개월 내 새로운 규격의 휴대폰 전지를 대량으로 공급해 달라는 게 주문의 골자였다. 삼성SDI 연구원들이 "아무리 서둘러도 7개월은 걸린다"고 설명했지만 이 간부의 태도는 확고했다. "휴대폰은 시장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 제품이어서 출시 시기가 중요하다"는 말을 계속 되풀이했다.
◆삼성SDI '아메바 태스크포스'의 힘
회의 다음 날.삼성SDI 천안 사업장에는 태스크포스팀(TFT)이 꾸려졌다. 전지 담당 연구원과 생산라인 설계 엔지니어,공장 운영 실무자 등으로 구성된 TFT는 곧장 새로운 규격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라인 설계에 돌입했다. TFT는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줄이며 라인 설계,장비 세팅,시험 생산,품질 검사 등의 일정을 밟았다. 양산은 주문이 들어온 지 꼭 5개월째 되는 날 시작됐다. 당초 요청보다 일정을 한 달가량 앞당긴 것이다. 휴대폰 업계에 '스피드 신기록'이 세워진 순간이기도 했다. 2차전지 업계에서는 업체들의 실력을 휴대폰 전지 부문의 성과로 가늠한다. 노트북PC는 전지로 표준화된 원통형 제품을 쓴다. 새 모델이 나온다고 해서 배터리 규격을 바꾸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휴대폰은 다르다. 업체별로 휴대폰 전지 규격이 상이하다. 같은 업체에서도 모델별,디자인별로 다른 크기의 제품을 쓴다. 제품이 바뀔 때마다 생산라인을 손보지 않으면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삼성SDI가 2차전지 신제품을 기획해 양산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8개월이다. 업계 평균치인 12개월보다 4개월가량 빠르다. 납품 물량이 많은 대형 거래선이 부탁을 하면 6개월 이하로 양산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한다.
이 회사는 이 장점을 십분 활용해 고객사를 늘려왔다. 삼성SDI의 전지부문 성장세는 점유율에서 드러난다. 2005년 10.9%였던 2차전지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8.5%까지 뛰어오른 것.선두 업체인 일본 산요와의 격차가 1.7%포인트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SDI가 산요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상문 삼성SDI 개발팀 수석은 "2차전지가 업역이 다른 인력들의 유기적인 협력이 중요한 분야라는 점을 감안해 천안 사업장에 모든 전지 관련 인력들을 배치하는 전략이 먹혀들었다"며 "휴대폰 전지 생산라인을 새로 만드는 TFT를 구성하고 운용하는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경쟁업체들과의 격차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일이 생기면 빠르게 헤쳐 모이는 '아메바식 조직 운영'이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는 포인트다.
◆조선 강국의 비결은 '스피드'
지난달 1일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선박 명명식장.85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에 해당하는 물량) 화물선을 인도받은 캐나다 시스판사 관계자들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당초 예정했던 선박 인도 날짜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배를 받아서다. 장마 기간에도 불구하고 선박 건조 기간을 줄인 터라 선주들의 기쁨이 더했다. 시스판사는 감사패와 별도의 격려금까지 전했다. 글로벌 선사들이 예상 납기일보다 먼저 선박을 인도받을 수 있었던 것은 현대중공업이 다양한 첨단 기법을 활용해 배를 만들기 때문이다. T자형 도크가 대표적인 첨단 기법으로 꼽힌다. 도크의 크기를 25%만 늘렸음에도 건조 능력이 2배로 높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400여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 설계 인력도 현대중공업의 자산이다. 설계 인력이 많아야 선주들의 까다로운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울산조선소 전체에 와이브로 존을 조성,임직원들 간 정보 공유 속도를 높이기도 했다.
삼성중공업은 블록의 크기를 키우는 방법으로 선박 건조 기간을 줄이고 있다. 기존 블록보다 5~6배나 큰 2500t 이상의 초대형 블록을 제작한 뒤,해상크레인을 이용해 도크 안으로 운반하는 '메가블록공법'이었다. 이 공법 덕분에 10만t급 유조선 건조 기간이 종전 9개월에서 7개월반으로 단축됐다. 45일가량을 줄인 것.
삼성중공업의 블록 키우기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5개의 초대형 블록을 연결해 선박을 완성하는 '기가블록공법',2개의 블록으로 배를 만드는 '테라블록공법' 등으로 관련 기술을 끌어올리며 지속적으로 제조 기일을 줄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프로덕트 믹스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1개의 도크에서 10주 간격으로 서로 다른 종류의 선박 4척을 연속 건조하는 방식이다. 3600t급 대형 해상 크레인을 이용해 3000t 이상의 초대형 슈퍼 블록을 운반,'링 타입 탑재공법'으로 선박 건조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송형석/장창민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