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ㆍ배임 조회공시는 '상장폐지 경보'

상반기 '조회' 90% 사실로 확인
투자자들, 공시 외면하다 '낭패'
거래소, 사채시장 정보까지 수집

상장폐지로 직결되는 경영진의 횡령 · 배임이 드러나기 전에 대부분 조회공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사전 경보가 울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횡령 · 배임 관련 조회공시 요구가 들어간 상장사의 90%가 실제 사실로 판명되는 등 조회공시의 적중률이 높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무시하고 손절매하지 않고 있다가 증시 퇴출로 큰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3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처럼 퇴출이 쏟아졌던 결산기가 아닌데도 최근 한 달 사이 횡령 · 배임으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코스닥 기업이 7곳에 달한다. 다휘 엔터기술 브이에스에스티 쎄라텍에 이어 핸디소프트 인네트 엠씨티티코어의 횡령 혐의가 확인돼 거래가 정지됐다.

소액 투자자들은 갑작스레 대규모 횡령 · 배임이 발생해 퇴출 위기를 맞게 됐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대부분 업체들이 조회공시를 통해 경영진 등의 횡령 가능성이 이미 제기된 업체들이다. 거래소는 지난달 6일 인네트，8일엔 핸디소프트에 대해 각각 횡령설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엠씨티티코어 엔터기술 쎄라텍 브이에스에스티 등도 이전에 횡령설에 대한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다.

상반기 횡령설 조회공시 20건 중 90%인 18건이 사실로 판명났다. 횡령 사실 부인공시는 단 2건에 불과했다. 조회공시의 적중률이 매우 높지만 투자자들은 횡령설 조회공시가 나왔어도 해당 종목의 매매를 계속해 퇴출 위험 방비를 게을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핸디소프트의 경우 지난달 8일 횡령설 조회공시가 나온 뒤에도 하루 평균 1326만주나 거래됐다. 횡령과 마찬가지로 퇴출로 이어지는 감사의견 거절,부도 등에 대한 조회공시도 대부분 사실로 나타났다.

조회공시를 담당하는 거래소 시장정보분석팀은 팀장을 포함,인원이 4명에 불과하지만 은행 검찰 사채시장 등에서 수집한 정보를 다각도로 체크하는 만큼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단일순 시장정보분석팀장은 "조회공시 대부분이 사실로 판명되지만 주가가 빠지면 일확천금을 잡기 위해 매수하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횡령,감사의견,부도 관련 조회공시 요구가 있는 종목은 투자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횡령 · 배임은 검찰 기소 또는 회사 측이 인정해야 거래가 정지되는 제도상의 맹점으로 인해 상장사의 조회공시 답변이 대개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실이 없다"는 식이란 점도 알아둬야 한다. 거래소는 현재 조회공시 제도가 형식적이란 지적에 따라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회공시 개선방안을 마련 중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